“트럼프-김정은 두 정상이 한걸음 더 큰 걸음 옮겨달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전쟁불용의 원칙, 상호 안전보장의 원칙, 공동번영의 원칙을 바탕으로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게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는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의 공동유산”이라며 “남북 간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으로 비무장지대의 지뢰 제거를 제안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2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동서로 25키로미터, 남북으로 4키로미터의 거대한 녹지로 70년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간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생태계 보고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이어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내고,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데 한국군 단독 제거에는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 합의하고, 끊어진 철도와 도로 연결작업에 착수해 북한의 철도 현황을 실사했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착공식도 개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를 실천해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제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허리인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바뀐다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발전할 것이다.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비전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유엔 기조연설을 통해 자유무역도 강조했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일침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동아시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침략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상호 긴밀히 교류하며, 경제 분업과 협업을 통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왔다.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그 기반이 됐다”며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은 이웃국가들을 동반자라 생각하며 함께 협력해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전체로 사람 중심, 상생번영의 공동체를 확장하고자 한다”며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그 초석을 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전쟁포로와 실종자의 수색 약속’ 즉 유해발굴의 성과를 밝히며 향후  재개될 북미 대화의 진전도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 특별히 알려드리고 싶은 일은 화살머리고지에서 지금까지 모두 166구의 유해를 발굴한 것”이라며 “한국군은 물론 미군과 중국군, 프랑스군과 영연방군으로 추정되는 유해까지 발굴됐다”고 소개햇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최초로 북한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 나는 두 정상이 거기서 한걸음 더 큰 걸음을 옮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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