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증권업계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 산업에 있어 치명적인 사건들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당국의 ‘철퇴’가 내려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당국의 제재를 우려하기보다 소비자들로부터의 근본적인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업계가 끊임없는 악재가 시달리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를 위시해 이른바 ‘조국 펀드’ 논란, 심지어 전산장애 문제까지 겹치면서 신뢰에 큰 흠결을 남기는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하나금융투자 본사 리서치센터를 압수수색해 해당 센터 직원(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혐의 조사에 나섰다. 자본시장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선행매매란 금융투자사 임직원이 주식과 펀드거래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거래가 일어나기 전 차액 취득 매매를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이는 회사 전반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직원 개인의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해당 직원의 신분이 애널리스트라는 점을 상기했을 때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문제와 연관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지난 5일에는 한국투자증권 영등포PB센터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한투 소속 프라이빗뱅커(PB) 김 모씨가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이 투자한 펀드 논란에 연루되면서 생긴 일이다. 지난 5일 검찰은 한국투자증권 영등포PB센터를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조국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등 가족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동시에 김씨의 증거인멸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검찰은 김씨를 조사하고 있다. 이 역시 직원 개인의 문제일 수 있지만, ‘조국펀드’ 논란이 정권 차원의 문제로까지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증권사의 ‘신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일은 작년에도 있었다. 작년 봄에 불거진 이른바 ‘유령주식’ 배당사고 때문이다. 그 이후로 1년이 지났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크고 작은 시스템 리스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8월 9월 전산장애로 한차례 홍역을 겪었다. 증시 개장 후 약 3시간 동안 유진투자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미국주식 결제 등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유진투자증권은 손해배상에 나섰지만 일부 고객과의 의견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재 피해자들은 집단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KB증권은 이미 전산장애로 인한 집단소송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27일 KB증권 MTS에서 일시적으로 전산장애가 발생했고, 이에 일부 투자자들이 KB증권에 1인당 100만원 상당의 정신적 위자료 지급과 개별 손해배상을 하라는 내용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증권사들의 신뢰에 치명타를 남기고 있다. 문제는 점점 이번 사안이 어느 한 증권사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크고 작은 사건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는데도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소비자들은 공정과 정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섬세한 대처를 하지 않으면 업계 전체가 더 큰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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