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조사 때 없던 NDMA 2차에서 초과 검출…"단기복용 위해성 적어"
식약처 "성분 불안정 때문"…장기 노출 평가위원회 구성 방침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위장약의 주원료인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269개 품목에서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6일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고 회수 조치에 나섰다.

식약처는 위궤양치료제나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수거·검사한 결과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이날 밝혔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 있다고 지정한 인체 발암 추정물질(2A)이다.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됐다는 소식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먼저 내놨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국내 유통 완제의약품 전체 269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고, 처방을 제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식약처는 이날부터 병·의원, 약국에서 해당 의약품이 처방·조제되지 않도록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처방·조제를 차단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정지했다. 또 제약사가 현재 유통 중인 해당 의약품을 원활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제약사에 의약품 유통정보를, 도매업체와 의료기관, 약국에도 의약품 공급내역 정보를 각각 제공할 방침이다.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은 7종으로 NDMA가 최대 53.5ppm 검출되는 등 잠정관리 기준 0.16ppm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중지 조치 등이 내려진 269품목은 이를 사용한 완제의약품이다.

앞서 식약처는 잔탁 3개 품목의 29개 제품, 잔탁에 사용된 원료 라니티딘 6개 등 총 35개에 대해 1차 조사를 벌였다. 당시에는 NDMA가 검출되지 않아 회수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라니티딘 자체가 성질이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NDMA는 주성분이 아닌 불순물로 제품에 불균질하게 혼합돼 있을 가능성이 커 시험 결과에 편차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라니티딘에 포함된 '아질산염'과 '디메틸아민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체적으로 분해 결합하거나 제조과정 중 아질산염이 비의도적으로 혼입돼 NDMA가 생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김영옥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1차 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성은 확신한다"며 "다만 결과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1차 조사는 완제품에 대해 먼저 이뤄졌는데 원료의 (NDMA 검출) 편차와 완제품의 편차가 합쳐지다 보니 편차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식약처 브리핑에 참석한 박일영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역시 "라니티딘은 굉장히 불안한 물질로 이런 반응(NDMA 생성)이 예측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30년 동안 무리 없이 사용했다"며 "이 반응은 아주 작은 양에서 발생하고 고온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어떻게 실온에서 만들어졌는지는 더 연구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식약처는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을 단기 복용한 경우 인체 위해 우려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국내 환자는 144만3064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위장질환 등으로 처방받은 환자가 가장 많고, 연간 6주 이하의 단기복용 비율이 높다. 식약처는 '라니티딘 인체영향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평가할 계획이다. 또 해당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 가운데 안전에 우려가 있다면 병·의원을 찾아 상담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상담을 통해 재처방, 재조제를 받을 경우 1회에 한 해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조치대상 의약품 가운데 처방 없이 구입 가능한 일반의약품은 약국에서 교환·환불받을 수 있다. 잠정 판매중지 및 처방제한 의약품 목록은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 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도 '위장약, 라니티딘, NDMA' 단어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