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 드릴십 2척 계약해지로 3천억 실적악화 불가피
현대중·대우조선, 해양플랜트 수주잔량 위기 가시화
   
▲ 삼성중공업이 인도한 드릴십. /사진=삼성중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국내 조선 3사가 '해양 사업'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4년 말부터 진행된 저유가 여파로 글로벌 석유업체들의 새 시추사업 진입이 더뎌지며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수주잔량 '0'이 될 처치에 놓였다.

조선사가 수주한 해양 시추장비 계약이 취소돼 미인도 드릴십 재고가 쌓이면서 리스크도 커지는 모습이다.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자원으로 미국산 셰일오일이 떠오르며 해양 사업 침체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재고로 최대 3000억원가량의 일회성 충당금을 설정해야할 공산이 커졌다. 

스위스 선사인 트랜스오션으로부터 현재 건조 중인 드릴십(원유시추선) 2척에 대한 계약이행 포기 뜻을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2013년 8월과 2014년 4월 각각 수주한 해당 드릴십의 계약금액은 14억3000만달러(1조7000억원)에 이르며 내년까지 모두 인도될 예정이었다.  

일반적으로 조선사들은 선박을 수주할 때 총 계약액의 20~40%를 선수금으로 받고 최종 인도시 나머지 60~80%의 잔금을 수령한다.

삼성중공업은 선수금으로 5억2000만달러를 받은 상태다. 미인도 시추설비는 재고자산으로 분류돼 수주 선가의 60%로 드릴십 2척의 공정가치를 책정하면 3300억원의 실적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2015년부터 적자를 이어 온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896억원을 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은 해당 드릴십 2척을 재매각 한다면 매각 대상 드릴십은 5척으로 늘어난다. 현재 노르웨이 씨드릴, 미국 퍼시픽드릴링 등에서 수주한 드릴십 3척을 계약 취소로 재고자산으로 보유 중이다.

드릴십 재고가 늘어난 만큼 처분작업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저유가와 미국의 셰일오일 확대 기조로 글로벌 시추시장이 위축돼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이 트랜스오션으로부터 수주한 드릴십은 과거 평균 유가(WTI)가 배럴당 96.6달러를 기록했던 고유가 시대 수주 받은 마지막 물량이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해양 프로젝트의 채산성을 보장하는 60달러선을 밑도는 데다 미국산 셰일오일(셰일 지층에서 생산되는 원유)이 기존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으며 세계 주요 에너지회사들은 새 해양유전 개발에 관심이 적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미국은 글로벌 원유 생산량 1위로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을 제쳤다.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토탈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사진=현대중 제공


해양부문 부진은 삼성중공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실의 주범으로 꼽혔던 소난골 드릴십을 6년 만에 인도한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미국 앳우드오셔닉 등이 발주한 드릴십 4척을 인도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수주할 때 선수금을 상당 부분 받아둬 인도가 지연되더라도 큰 경영위기는 오지 않지만 잔금 확보가 늦어지는 만큼 재무 개선이 더뎌지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주요 해양 사업인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도 골치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고정식 해양플랫폼 1기의 수주를 따낸 것을 마지막으로 신규 수주가 전무해 내년 상반기면 해양부문 일감은 바닥난다. 이에 더해 영국 로즈뱅크 프로젝트 등 대형 해양 프로젝트들도 속속 최종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들어 해양부문의 생산인력 절반을 상선건조부문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부터 해양플랜트 일감을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양플랜트 야드 가동을 중단하는 처지까지 몰렸다. 해양사업부 직원 600명에 대한 유급휴직도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해양플랜트부문 부진으로 5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수주한 킹스키 해양플랜트가 건조 작업에 들어가면서 해양공장이 가동중단 된지 1년 만에 재개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앞으로다. 해양플랜트는 수주한 뒤 길면 1년 가까이 설계 과정을 거쳐 국내 조선사들이 연내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더라도 사실상 일감 공백사태를 피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저유가가 계속되는 한 시추장비 계약 취소도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몰라 보유 장비를 놀려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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