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내놓자 시중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3개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한 발행어음사업(단기금융업)의 매력도가 급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규모는 10조원까지 커졌지만 더 이상 특판 금리를 활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든 모습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영위하고 있는 발행어음사업이 포화상태에 진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최초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5조 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인가 받은 NH투자증권은 3조 471억원, 가장 최근 판매에 나선 KB증권은 9750억원을 기록했다.

   
▲ 사진=연합뉴스


발행어음업(단기금융업)은 증권사가 직접 투자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 고수익 사업으로 부각돼 많은 증권사들이 초대형 IB에 도전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발행어음시장이 2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시장 규모 10조원에 가까운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장 금리가 하락한 만큼 증권사들로선 고객들의 기대 수익률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다. 과거와 같은 특판 금리를 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했다간 ‘역마진’ 리스크에 곧장 직면하는 상황이 돼버리고 말았다.

초대형IB라면 혁신기업에 자금 조달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도 증권사들에게는 작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객들에게서 조달한 단기 자금으로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는 아무래도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는 투자활동이다.

결국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충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발행어음사업의 매력도가 과거만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시장금리 인하라는 근본원인이 자금 운용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판도를 바꿔버린 모양새다.

현재 업계 안팎에선 조만간 4호 발행어음사업자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국 펀드 논란, 해외파생상품(DLS‧DLF) 원금손실 논란 등이 겹치면서 4호 인가 후보로 거론됐던 회사들의 업황이 불투명해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사업 자체가 갖는 매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시장금리라는 근본 변수가 변화하지 않는 한 당분간 어려운 흐름이 이어지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