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이 좁아지는 현실…'정의'의 탈을 쓴 괴물에 갇혀
   
▲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꽤나 강렬한 문구다. 얼핏 들으면 어느 정당의 강령인 것 같고, 또 아니면 세간의 이목을 끌어보고자하는 어느 시사평론가나 정치인의 말일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문구는 한 기업 대표의 말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가 이 말을 우연히 실수로 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철저히 의도를 갖고 이말을 했고 지금도 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사람의 이름은 '국대떡볶이' 대표 김상현 대표이다. 

그가 명확한 자신만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은 그간 김대표의 행보를 통해서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미 그는 몇개월 전부터 공개적으로 자신의 SNS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와 '코링크는 조국꺼'라는 말을 태그해왔고, 문재인 정권 하에서 파괴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해서 몇번이나 설파해왔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김대표의 이런 행보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응원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욕설을 퍼붓고 있다. 

한번 질문해볼만 하다. 한명의 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이 이렇게나 큰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여한 것인데 어찌 이것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을까? 아마 답은 간단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에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꽤나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불편해 진다는 수준이 아니다. 

한국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용기란 게 무엇인가? 정의를 위해서 현실적 피해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의지 아닌가? 만약에 한국사회가 정의를 추구하는데 그 피해가 두려워 용기가 요구되는 사회라면 우리는 결코 이 사회를 ‘열린 사회’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는 2008년 12월 이대 노점상에서 처음 떡볶이집을 시작해 2009년 11월 30일 1호점 신사동 오픈했다. 현재 전국 76개(네이버 등록 기준)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이대 노점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상현 대표 /사진=김상현 대표 페이스북 제공

정의란 무엇인가? 수많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답변이 다양하다 할지라도 정의를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건 개인의 자유에 대한 보장이다. 언제나 정의는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될 여지가 있지만 그 정의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가 박탈된다면 그것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 만약 정의가 공평을 앞세워 개인의 자유를 기꺼이 침해한다면 그것은 괴물일 뿐이다. 

괴물로 왜곡된 정의는 꽤나 무서운 괴물이다. 다른 괴물은 괴물로 보이니 우리가 경계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괴물은 겉으로는 정의롭게 보인다. 비록 그 속 안에는 전체주의라는 괴물을 품고 있지만 겉으로는 공평, 평등, 등의 가치로 위장하고 있다. 괴물도 스스로 아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전체주의를 긍정하지 않지만, 어느 누구도 공평과 평등은 부정하지 않음을 말이다. 

그 어떤 정의도 개인의 자유를 훼손할 수는 없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도 전체주의로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원초적 입지를 상정하면서까지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롤즈 조차도 자유의 우선권을 정의의 기본 원칙으로 내세운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 개인이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갖고 그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히 개인의 자유의 문제이다. 그 표현이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표현을 억압하거나 억제할 수 없다. 만약에 어떤 사회가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괴물을 앞세워 이 사람의 입을 막으려고 한다면 그 사회는 '닫힌 사회'일 뿐이다. 

김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문대통령이 보여주는 경제 정책, 외교 정책, 법률 정책,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해봤을 때 이 정권의 정체성이 공산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는 유럽식 사민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라 판단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철저히 자신만의 자유의 영역에 맡겨져 있다.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존중한다'는 볼테르식의 똘레랑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언론에서는 김대표를 '일베', '극우' 프레임을 씌우려고 안달이 났다. 

한국의 언론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위장한 괴물에 속고있는 일반 국민들을 일깨우겠다는 언론인의 정의는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괴물이 되고자 하고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정의에 어긋나는 것들을 기꺼이 '일베', '극우'라 부르는 것이다. 

어느새 한국 사회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용기가 필요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기업의 대표가 하나의 자아를 가진 존재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용기있고 존경받아야할 행동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괴물에 속은 건 아니다. 여기저기에서 김대표의 표현의 자유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NS에서는 국대떡볶이를 사먹고 인증하는 것이 퍼지고 있고 실제로도 국대떡볶이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괴물에 매료되어 닫힌 사회로 떨어지고있는 한국사회에서 김대표가 보여준 용기있는 행동에 나는 기꺼이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동시에 앞으로는 이런 일로 박수칠 일이 없기를 희망해본다. 우리가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고 응원하고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개인의 자유가 죽어버린 닫힌사회이기 때문이다.
[성제준]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