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에 따라 증권사의 신설이나 분사·인수 등이 자유롭게 허용되면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각자의 장점에 특화하기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감지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들의 영업 모델에 대한 업계 안팎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증권사들의 ‘자본력’이 갖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번 방안에는 신규 종합증권사를 허용하고 1그룹 1증권사 정책을 폐지하는 내용과 함께 기존 증권사의 업무추가와 변경을 원활히 하고 심사관행을 개선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추진 과제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각종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을 신속히 정비할 계획을 밝혀둔 상태다.

윤지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4일 자본시장포커스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에 따른 변화 및 전망' 보고서에서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윤 선임연구원은 이번 개편방안에 대해 “그간 진행된 대형 증권사 육성 중심의 금융정책이 증권사 간 경쟁촉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번 방안으로)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 가능해지겠으나 촉진된 증권사 간 경쟁으로 인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극화 확대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윤 선임연구원은 “이미 대부분의 증권사가 기업금융(IB)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어 소매금융에 기반한 중소형 증권사는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부연한 뒤 “일정 정도 성과가 나타난 증권사의 대형화 외에 특화·전문화 증권사 형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는 총 8개사로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도 단기금융업 인가를 준비 중이다. 이 중 자기자본 4조 이상의 초대형 IB는 5개에 달해 최근 들어 증권사들의 경쟁은 ‘자본력 싸움’으로 요약되는 면이 없지 않다.

이 가운데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미 실적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지난 1분기 순이익 29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27.7% 감소한 실적을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26억원에서 350억원으로 감소했다. 

SK증권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같은 기간 204억 200만원에서 259억 7400만원으로, 영업이익은 274억 8500만원에서 345억 1900만원으로 늘어났지만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특화전략’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규모에 따라 실적이 차이나는 상황은 향후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양한 영업 환경에 따른 제도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업계 내부에 양극화라는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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