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류현진(32·LA 다저스)이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확정한 뒤 사이영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한 마디로 "디그롬 니가 해라"였다. 경쟁자 제이콥 디그롬(31·뉴욕 메츠)의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을 시원하게 인정한 것이다.

류현진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29일(한국시간) 샌프라시스코 자이언츠와 원정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고 승리투수(다저스 2-0 승)가 됐다.

이로써 류현진의 올 시즌 개인 성적표도 확정됐다. 29경기 등판에서 182⅔이닝을 던졌고,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 163탈삼진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위를 지켜내고 타이틀 획득을 확정했다는 것이 가장 뿌듯했다. 류현진은 시즌 내내 이 부문 1위를 달려왔지만 8~9월 연속된 부진으로 디그롬에게 맹추격을 당해 이날 마지막 등판 전까지 1위 수성을 안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7이닝이나 던지면서 무실점으로 막아내 2.41이었던 평균자책점을 2.32로 끌어내려 2.43의 디그롬을 따돌렸다.

류현진은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선수로 메이저리그 첫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내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놀랍고, 찬사를 받아 마땅한 성과다.

   
▲ 사진=LA 다저스, 뉴욕 메츠 SNS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류현진이 이렇게 빼어난 성적을 내고도 많은 기대를 모았던 사이영상을 수상하기는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평균자책점 1위라는 타이틀은 분명 가치가 있지만 사이영상 표심을 좌우하는 여러 지표에서 디그롬이 앞서고, 최근 잇따라 실시된 사이영상 모의투표에서도 디그롬이 압도적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디그롬은 평균자책점 2위로 류현진에 뒤지고 승수(11승 8패)도 적다. 그러나 투구 이닝(204이닝), 탈삼진(255개),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971) 등에서 앞서며 메이저리그 최정상 투수의 위용을 뽐냈다.     

류현진은 사이영상과 디그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날 샌프란시스코전 후 류현진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디그롬은 사이영상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영상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웠다고 말해온 류현진이 디그롬의 우위를 인정하고 깔끔하게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디그롬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년 연속 수상을 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류현진이라는 훌륭한 경쟁자 덕분에 디그롬의 올해 사이영상은 더욱 빛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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