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SK 와이번스가 됐든, 두산 베어스가 됐든, 한 팀은 가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날이 됐다.

오늘(10월 1일)은 2019 KBO리그 페넌트레이스 최종일이다. 두산-NC의 잠실경기, 롯데-키움의 사직경기만 남았다. 물론 대부분 야구팬들의 관심은 두산-NC전에 쏠린다. 이 경기 결과로 정규시즌 우승팀이 결정나기 때문이다.   

전날(9월 30일) SK는 대전 원정경기에서 한화를 6-2로 꺾고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먼저 마쳤다. SK는 88승1무55패(승률 0.615)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1위 자리는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 두산이 이기면 바뀐다. 

   
▲ 사진=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2위 두산은 87승1무55패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이 NC를 꺾으면 SK와 똑같이 88승1무55패가 된다. 동률일 경우에는 올 시즌 상대 전적을 따져서 순위를 결정한다. 두산이 SK에 9승7패로 앞섰기 때문에 동률이 되면 두산의 우승이다. '할 일 다한' SK는 그저 두산이 지기를, 또는 확률이 높지 않지만 비기기라도 해줄 것을 바라며 두산-NC전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SK가 우승하면 '88승'으로 우승하는 것이다. 두산이 우승해도 '88승'으로 우승하는 것이다. 묘한 산수가 2019년 한국 프로야구에 등장한다. 

아울러 두산이 우승하면 사상 최초로 동률시 상대전적에 의한 우승팀이 탄생한다.

두산의 우승 가능성이 높이 점쳐진다. 상황이 그렇기 때문이다. SK의 희망은 NC가 잘 싸워서 두산을 이겨주는 것이다. 그러나 NC는 잘(또는 열심히) 싸울 처지가 못된다.

시즌 5위 성적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서는 NC는 이날 경기가 끝나면 단 하루만 쉬고 4위팀 LG와 3일 운명의 맞대결을 벌인다. LG가 1승을 안고 시작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기에 NC는 무조건 2승을 거두기 위해 전력을 최대한 비축해둬야 한다. 두산전에서 투수들을 소모한다든지, 주전급들의 부상이 나오면 안된다.

양 팀 선발투수의 무게감에서도 차이가 난다. 후랭코프를 내세우는 두산은 필승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NC 선발은 최성영이다.

다만, NC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NC가 두산에 져 두산이 우승하면 한국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된다. 후반기 9경기 차를 따라잡아 페넌트레이스 최종일에 승률 동률을 이뤄 상대전적까지 따진 끝에 이룬 대역전 우승. '미러클 두산' 이미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이런 드라마에서 NC는 곧 잊혀질 조연이 되고 만다.

NC가 두산을 꺾어줘 SK가 우승한다면? 프로야구 팬들이 오래 기억할 '2019 페넌트레이스 우승 스토리'의 주역은 간신히 1위를 지켜낸 SK도, 아쉽게 역전에 실패한 두산도 아닌, 역대급 고춧가루 폭탄을 날린 NC가 될 것이다. SK의 유일한 희망이 바로 NC가 '주연'이 될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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