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이론 억측과 추측불과, 사회주의자 장광설 불과

   
▲ 이동응 경총 전무
서론

토마 피케티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3월 미국에서 영역본이 출판된 후 전 세계적으로 50만부 이상 팔리면서 큰 괌심을 모으고 있다. 비록 복잡한 수식은 등장하지 않지만 많은 통계 숫자와 도표가 포함된 경제전문 서적으로는 드문 일이다. 또한 상당수 진보 성향의 학자들은 이 책에 대해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 중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로버트 솔로우와 같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폴 크루그먼은 ‘불평등에 대한 훌륭하고 압도적인 고찰이며, 우리 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 저서가 될 것’ 이라고 극찬하였다. 이정도면 ‘피케티 현상’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일견 수긍할 만하다.

반면, 주류 경제학계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하버드 대학의 그레고리 맨큐는 ‘피케티 이론은 경제학적으로 입증된 게 아니라 단지 억측이나 추정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또한 월스트리트 저널은 서평을 통해 피케티의 분석은 경제적 분석이라기보다 이데올로기적 장광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구 선진국의 추세를 무리하게 자본주의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 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1세기 자본’ 주요 내용

‘21세기 자본’은 실증연구를 통해 도출한 2가지 수식에 근거하여 역사적으로 소득불평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케티는 ‘국민소득 중 자본소득 비율’은 ‘국민소득 대비 자본의 총량’과 ‘자본수익률’의 곱으로 결정된다고 정의 한 후, 이를 ‘자본주의의 제1기본법칙’으로 명명했다.

예를 들어, 국민소득 대비 자본의 총량이 6배, 자본수익률이 연간 5%면 국민소득 중 자본소득 비율은 그 곱인 30%가 된다. 이때 자본소득은 이윤, 배당금, 이자 소득 등이 해당되며, 자본의 총량은 공장, 부동산, 기계 등 유형 자산에서 특허 등 무형자산까지 포함한다.

이어 ‘자본주의의 제2기본법칙’은 ‘국민소득 대비 자본의 총량’은 ‘저축률’을 ‘경제성장률’과 나눈 값과 같다는 법칙이다. 예컨대 국민이 매년 소득의 12%를 저축하고, 그 경제의 성장률이 연간 2%라면 자본의 총량은 국민소득의 6배 수준이 된다. 두 법칙을 종합하면, 저축률이 일정한 수준에 머무를 경우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초과하면 지속적으로 국민소득 대비 자본소득의 비중이 증가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 토마 피케티의 <21세기자본론>. 공산주의자인 피케티가 지난 300년간의 선진국의 데이터를 이용해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다며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위해 부자들에게 최고 80% 소득세율을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세금폭탄으로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공산주의식 과격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에선 피케티 적용이 시기상조다. 상위10%소득비중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고소득층 10%가 전체 소득세의 68%, 10% 대기업이 법인세의 97%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케티가 분석한 서구는 자본주의 안정기이고, 한국은 자본주의가 도입된지 이제 50~60년밖에 되지 않은 점도 주목해야 한다.

피케티는 지난 300여 년간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자본수익률은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자본에 의한 소득이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을 상회하면서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과 같은 장기추세가 향후에도 지속된다면 국민소득 중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 결과 기존에 자본을 소유한 자들에게 부가 집중되는 ‘세습 자본주의(Patrimonial Capitalism)’가 도래할 것이며, 이들 소수가 권력을 독점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문제에 대한 피케티의 해법은 과감하다. 현실적으로 경제성장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조세부과를 통해 경제성장률과 자본수익률간의 격차를 줄이자고 주장한다. 책자에 따르면 소득불평등 확대 추세는 1914년을 전후하여 갑작스럽게 반전하였다. 하지만 피케티는 이는 경제성장 때문이 아니라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자본 소득에 대해 매우 높은 세율을 부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세후(Post-Tax) 자본 수익률을 낮출 수 있었고, 이는 불평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초 레이거노믹스를 시작으로 진행 된 감세정책의 결과 전 세계적인 불평등은 심화되는 실정이라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이를 위해 그는 주요 국가들이 50만 달러 혹은 100만 달러 초과분에 대해 최고 80%에 달하는 높은 누진 소득세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개인의 부가 이전되는 단계에서의 상속·증여세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일정액 이상의 자본을 소유한 자본가를 대상으로 부유세(자본과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순자산이 100만 유로를 초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1퍼센트의 부유세를 부과하고, 500만 유로 초과분에 대해서는 2퍼센트의 부유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피케티의 글로벌 부유세는 모든 국가들이 공조체제를 구축해 동일한 세율을 부과하고, 모든 형태의 자본을 합산한 금액을 대상으로 하며, 누진적인 세율구조를 가지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이는 자본이 한 국가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21세기 자본’ 에 대한 의견

‘21세기 자본’은 미국, 프랑스 등 20여개 주요 국가의 300년에 걸친 경제지표와 소득 자료를 분석하여 구축한 방대한 시계열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주요 국가의 소득세 납부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세계 최고 소득자 데이터베이스(World Top Incomes Database)’ 구축하였는데, 이에 대한 공로로 피케티는 유럽 소장 경제학자 최고 명예인 ‘Yrjö Jahnsson Awards’ 수상하는 기쁨도 누렸다.

하지만 출간 후 시간이 지날수록 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점이 밝혀지고 있고, 재정정책 등에 대한 저자의 부족한 이해도 비판 받고 있다.
 

먼저 이 책은 구성원들 간 소득의 상대적 관계 못지않게 절대적 소득수준이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21세기 자본‘은 지난 100여년간 절대적 소득이 급성장 했던 것은 외면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전체 소득 대비 상위 1% 비중이 매년 커진다는 것을 불평등 심화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에 속하는 계층 구성원들이 매년 바뀌는 것은 고려하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제1기본법칙’의 근간인 자본의 총량과 자본소득과의 관계도 불확실하다. ‘자본주의의 제 1기본법칙’은 자본의 총량이 증가하면 자본소득도 증가한다고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협소한 견해이다. 기업들이 쌓은 저축이 실제 투자로 연결되는 데는 기업가의 경영상 판단, 기업가 정신 등이 매우 중요하지만, 피케티는 이를 모두 무시하였다. 실제로 자본의 총량 중 수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이다.
 

피케티가 제안한 조세정책 및 복지정책 또한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 상속·증여세의 경우 하버드 대학 맨큐 교수 등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기존소득은 평균수준으로 돌아가며, 오히려 상속재산은 새로운 사업을 위한 투자 등에 활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상속·증여세를 지나치게 인상한다면 상속 재산의 재투자를 막아 사회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저자는 조세정책을 오직 자본주의를 규제하는 용도로 사용하고자 하는데, 이는 효과적인 조세정책이라 하기 어렵다. 한 국가의 조세정책이란 재정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되며 인플레이션, 실업, 대외 수지 등 다양한 경제지표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십상이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했던 저자가 복지정책은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맨큐 교수는 정부보조금이나 복지정책 등을 통해 국민의 세후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음에도 ‘21세기 자본’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반영되어있지 않다고 반박하였다.
 

이외에도 ‘21세기 자본’의 가장 큰 장점인 방대한 데이터에도 심각한 내재적 오류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소득통계 데이터 자체에 다수의 오류 존재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미국 소득상위 1% 부유층의 1970년 자산 규모는 원본자료와 다르게 임의로 조정됐으며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의 자료에도 인구 차이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데이터에 대한 상당수 비판에 대해 본인이 작성한 데이터의 신뢰도가 더 높다며 반박하였지만, 단순한 실수라고 인정한 부분도 적지 않다. 또한 중국, 인도 등 최근 성장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흥국들은 분석에서 제외하여 입맛에 맞는 통계만 취사선택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피케티의 21세자본을 비판하는 비판서 <피케티의 21세기자본론 바로읽기>를 출간했다. 자유경제원 연구원이 자유주의 경제학계의 태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사진을 배경으로 피케티 비판서를 들고 있다.

 ‘21세기 자본’에 대한 시사점

위와 같은 다양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진보주의 경제학자들이 피케티 이론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피케티의 이론은 한국의 독특한 상황과는 더욱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먼저, 지니계수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의 불평등 수준은 전 세계 국가의 중간 정도이다. 피케티가 격차 심화의 주요 근거로 제시한 ‘상위10% 계층의 전체소득 대비 점유율’ 역시 30년 전과 유사하다. 한국의 상위 10%계층의 전체 소득대비 점유율은 1982년 22.92%에서 2012년 21.95%로 오히려 하락하였다.
 

또한 한국의 소득계층은 항상 그 구성원들이 변화하고 있다. 한 논문(김성태 외, 2012)에 따르면 중산층에서 상위 계층으로 소득이 이동하는 계층은 전체의 10~17%, 중산층에서 하위 계층으로 이동하는 계층은 11~18% 수준이다. 피케티가 우려한 ‘세습자본주의’의 징후가 우리 사회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피케티의 제안 역시 우리사회에는 적당치 않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고소득층이 높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으며, 상속세 부담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국가로 손꼽힌다. 소득세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수의 68% 부담하고 있으며, 법인세는 상위 10%가 전체 법인세수의 97% 부담하는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피케티의 분석 대상은 선진국이다. 그가 분석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국가는 모두 자본주의가 안정기에 들어섰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자본주의적 체제가 본격적으로 들어선 시점은 1960년대 이후다. 아직 피케티의 이론은 우리에겐 섣부를 수밖에 없다. 격차해소가 시급한 과제이기는 하나, 피케티와 같은 과격한 방식을 통해 이를 해소하는 것은 자칫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