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가 드라마 한 편을 찍었다. 제목은 익숙한 편이다. '미라클 두산 2019'이다.

두산은 1일 잠실 홈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정규시즌 최종일 최종전에서 6-5로 이겼다. 이 경기 전까지 SK에 반게임 차로 뒤진 2위였던 두산은 이 경기 승리로 SK와 88승 1무 55패로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시즌 상대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선 두산이 1위를 차지했고, SK는 2위로 밀려났다.

두산이 우승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더 이상 드라마틱할 수 없었다. 8월 15일까지만 해도 두산은 SK와 9경기나 차이가 났고 순위 3위였다. 그런데 막판 놀라운 기세로 맹추격전을 벌여 끝내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9경기 차를 뒤집는 대역전 레이스를 펼친 것도, 승률 동률을 기록하고 상대 전적에서 앞서 우승한 것도, 최종일 마지막 경기에서 이겨 우승을 확정한 것도 모두 극적이었다. 

   
▲ 사진=두산 베어스


뿐만 아니라 이날 NC전 경기 내용도 각본을 예측하기 어려운 역대급 반전 결말이었다. 8회초까지 2-5로 뒤져 패색이 짙던 두산이 8회말 3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9회말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면서 2019년판 '미라클 두산' 드라마가 완성됐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지휘봉을 잡은 후 5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며 명장 반열에 당당히 올라섰다. 삼성을 2011~2015년 5년 연속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현 LG 감독)에 이어 통산 두번째 나온 대기록이다.

두산이 차갑게 식어갔던 2019 KBO리그를 막판 후끈 달궈놓았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 흥행은 참담한 실패였다. KIA 롯데 삼성 등 전통적으로 인기와 팬이 많은 팀들과 최근 핫한 팀으로 거듭났던 한화가 나란히 부진에 빠져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관중이 급감했다. 팀 간 실력차가 크게 벌어져 경기 내용과 질이 떨어진 탓에 팬들의 외면을 받고 질타의 목소리도 컸다.

선두 경쟁마저 SK의 독주 체제가 갖춰지면서 밋밋하게 진행돼 가장 맥빠지는 시즌으로 기록될 뻔했다. 그런데 막판 두산발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가을야구를 앞두고 그나마 군불을 떼기 시작했다.

   
▲ 사진=두산 베어스


3일 LG-NC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포스트시즌 일정에 돌입한다. 두산의 대역전 우승, 그리고 우승을 결정한 NC전은 가을야구를 앞둔 팀들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야구 격언은 아직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하게 된 LG나 NC도, 준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는 키움도, 너무나 아쉽게 우승을 놓쳐 플레이오프를 거치게 된 SK도, 이제는 확률의 문제일 뿐 모두 우승 후보들이다. 

정규시즌에서 두산이 드라마를 썼다면, 포스트시즌에서는 또 다른 팀이 새로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두산처럼 포기하지 않고 기적(미라클)을 만들어보겠다는 2~5위 팀들의 도전이 기대된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우승컵으로 바꿔놓아야 하는 두산의 마지막 뚝심 또한 기대된다.

포스트시즌이라도 밋밋하지 않고 매 경기 명승부가 펼쳐져 '집 나간 프로야구 열기'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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