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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라냐"…대통령 탄핵 촛불과 조국 장관 수호 촛불
'내 편'이 하면 무조건 '공정'이 되고 '정의'가 되는 '내로남불의' 세상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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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10-03 11: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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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호 전직 교사·시인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판결문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가일층 확고해 지고,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한 시장경제질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는 가운데 더욱 발전하여 우리와 우리 자손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안전과 행복은 확대될 것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와 시장경제질서는 더 확고하게 되고,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고 자손들은 더 행복해진다는 탄핵 결정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그렇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더 확고해졌고 대한민국은 더 행복한 국가로 발전했는가? 상식이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아니올시다"라고 대답할 것이 자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퇴진을 요구하며 2016년 10월 29일부터 시작되어 장장 20주 동안 이어진 촛불집회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박근혜 대통령, 최서원 씨와 정유라 씨에게 무수히 많은 증오의 돌들을 던졌다. 그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 증오의 돌들을 던지면서 생각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라지고 그들이 원하는 대통령이 나타난다면, 이 대한민국은 천국과 같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면서 '정의와 공정'이 판치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때 만일 예수그리스도께서 그 촛불집회의 현장에 계셨다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예수그리스도께서는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 7)."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예수그리스도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을 그 당시에는 '돌을 던지려던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모두들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요한 8,9)'. 그러나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현장들에 있었던 사람들은 무자비하다고 느낄 정도로 참혹하게 증오의 돌들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 던졌다. 그래서 뇌물 한푼 받지 않았고 그 누구보다도 깨끗했던 한 연약한 여인의 일생은 무참히도 짓밟혔다.

   
▲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그런데 그 촛불집회가 있은 지 3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게 나라냐?'라는 말은 사라졌는가? 그렇다면 조국 사태 같은 별종(別種)의 난리(亂離)는 생기지 말았어야 했다. 조국 사태에서는 의혹 덩어리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서류 위조에 대한 의혹들도 한두 개가 아니다. 여러 가지 의혹들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매일 언론에서 발표되는 내용들은 혼란스럽다. 질문하는 국회의원들과 당사자의 대답들을 듣고 있노라면 '무엇이 공정인지?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지?' 헷갈린다. 

2019년 9월 28일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렸다. 반포대로를 가득 메운 인파 속에 이날 집회에선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6년 대통령 탄핵 촛불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주장하면서 촛불을 또 들었을 것이다. 

'조국 수호'만을 내세운다면 그들도 국민들에게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검찰 개혁'이라는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함께 내세웠을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조국=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은 참으로 얄팍한 주장이다. 

만일 예수그리스도께서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촛불 집회 현장에 계셨다면,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형제에게 '가만, 네 눈에서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마태 7, 4-5)."라고 예수그리스도께서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현직 검사가 조국 장관의 검찰개혁에 대해 "신임 장관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들을 상대로 군대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라고 비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TV 화면을 통해서 볼 때, '조국 수호' 촛불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분들이었다. 추측하건데 그들은 앞으로 대학 입시와 대학원 입시를 거쳐야 할 자녀들의 학부모들로 보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입학 서류들의 위조 의혹들에 대해서는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모습들을 보이지 않고 오직 '조국 수호'의 함성만을 외치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닌가!

오래전에 필자도 서류 위조 사건과 맞부딪혔던 경험이 있다. 어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고3 담임교사를 할 때였다. 항상 학급에서 말썽을 피우고 지각과 결석을 많이 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이 장기 결석을 하고서 담임교사인 필자에게 결석계와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필자가 병원 진단서를 보았을 때, 무언가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만일 그 학생이 평소에 결석도 없고 착실한 학생이었다면, 그 병원 진단서는 그대로 결재서류로 제출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진단서 서류에 대해서 여기저기 조회해 보았고, 그 병원 진단서는 위조서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많은 고민에 빠졌다. '일 년이 채 걸리지 않아서 이 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담임선에서 그냥 덮어두고 지나간다면 이 학생은 사회에 나가서 더 큰 범죄를 저지를 것이 분명하다. 학생선도위원회에 회부해서 약한 처벌이라도 받도록 해야, 이 학생은 앞으로는 이런 범죄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학생에게 '유기정학' 정도로 처벌을 내려 주기를 바라면서 학교 당국에 이 사건을 보고하였다. 그런데 필자가 상상하지 못한 전혀 뜻밖의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 보고를 받은 교장선생님께서 매우 분노하셨다는 것이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이런 학생을 학교에 그냥 다니도록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고, 퇴학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의 말을 생활지도부 교사로부터 전달 받았던 것이다. 

다행히 이 학생은 퇴학 처분 대신에 '대안학교로 위탁교육'을 가는 선에서 처벌이 마무리 되었다. 그렇다, 서류 위조는 누구든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한 사람의 일생이 좌우된다는 대학입시에서 입학서류 위조는 분노를 일으키는 범죄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조국 수호'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런 면에 대해서는 전혀 분노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직 내 편만을 지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촛불을 든 분들 같았다. '네 편'은 무조건 틀린 것이고 '내 편'은 무조건 옳은 것이니, '내 편'을 지키는 것이 내가 잘 사는 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정'과 '정의' 이런 것들은 '내 편'이 하면 무조건 '공정'이 되고 '정의'가 된다는 모습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네 편'이니 탄핵을 시키기 위해서 촛불을 들었고, 조국 장관은 '내 편'이니 지키기 위해 지금 촛불을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고(萬古)의 진리인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1코린 13,6). (Love does not rejoice at wrong, but rejoices in the right.)". 즉 우리에게 사랑이 있다면 진실과 함께 기뻐할 것이고, 불의를 보면 슬퍼할 것이라는 하느님 말씀이다. 

조국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필자의 지인들 중 어떤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에서는 '정치에 관심이 있느냐?, 좌파냐?, 우파냐?'의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때도 그렇고, 지금 '조국 수호' 촛불집회 때도 그러하다. 마음속에 사랑이 있는 분이라면, '진실을 보고 함께 기뻐할 것이고, 불의를 보고 함께 슬퍼하고 분노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들의 마음속에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이명호 전직 교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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