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조달위 "조달청으로 군납 조달처 바뀌면 저질 군납 이뤄질 것"
재작년 군납 비리 적발 19개사 중 8개사, 국방조달위 회원사로 확인
임종화 교수 "방사청에서 조달청으로 한번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 김형석 중소기업중앙회 국방조달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무기류를 제외한 군수품목 조달업무를 현 방위사업청에서 조달청으로 이관하려는 정부계획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중소기업중앙회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기업중앙회 국방조달위원회가 "저급제품이 군 부대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군수품의 조달청 이관 반대 기자 회견을 개최하자 "지금까지 중기중앙회 국방조달위 소속 업체는 제대로 보급해왔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중앙회 국방조달위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기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부터 군수품 조달처를 기존 방위사업청에서 조달청으로 이관하려는 국방부의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방조달위는 반대 근거로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로 현행 군조달기관인 방위사업청과 성격이 다른 조달청으로 이관하게 되면 국방조달위-군수품 보급부대-실사용 부대 간 유기적인 협조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조달청으로 이관할 경우 연 60억원 수준의 조달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세번째론 가격을 우선하는 조달청 기준에 따라 우수업체의 양질의 제품 대신 하급업체의 저질제품이 군부대에 납품될 가능성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방부는 무기류를 제외한 급식·유류·피복·장구류·일반장비 등 1조1000억원 상당의 3112개 품목에 대해 조달청으로 조달처를 바꾸고자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방부는 왜 조달청으로의 이관을 추진하는 것일까.

지난 2014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방위사업청에서 다수의 조달 비리건이 발생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서는 이 같은 비리 사건의 재발 방지차원에서 군수물자를 조달청으로 이관 조달하는 것에 대해 검토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또한 지난해 4월 기획재정부와 지난해 9월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방위원들이 조달청으로의 이관을 강력히 요구해와 결국 2020년 1월 1일자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이에 국방조달위 관계자는 "나름대로 국방조달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 국방조달위원회가 볼 때, 이관 사유의 본질인 조달 비리 문제는 방사청 내 검찰 조직의 상주 등 파견근무로 현재까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지난 2017년 3월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복천식품 △동양종합식품 △동원홈푸드 △태림농산 △태림에프웰 △세복식품 △유성씨앤에프 △그릭슈바인 △신양종합식품 △장류 만구 △남일종합식품산업사 △삼아씨에프 △서도물산 △디아이 △가야에프앤디 △서강유업 △시아스 △사원식품 △케이제이원 등 19개 군납 급식업체들이 총 329건 5000억원에 달하는 입찰 담합 정황을 포착하고 시정명령·검찰 고발을 진행함과 함께 총 335억원 규모의 과장금을 부과한 바 있다.

   
▲ 2017년 3월 31일자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카르텔 정책 및 법 집행 동향)에 나온 군납 비리 업체 처분 목록. 가야에프엔디 등 나머지 5개사는 낙찰자로 선정된 사례가 없어 단순 들러리로 참여했다는 점이 참작돼 과징금과 고발 대상에서 빠졌다. 중소기업중앙회 국방조달위원회 산하 한국육가공업협동조합사인 동양종합식품은 검찰에 고발 처분됐지만 자본 완전 잠식으로 회생절차가 개시된 점을 고려해 과징금이 면제됐다./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 중 복천식품은 115억59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돼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고, 태림농산(76억300만원)▶태림에프웰(48억4700만원)▶세복식품(22억2000만원)▶유성씨엔에프(13억9400만원)▶동원홈푸드(13억6600만원)▶그릭슈바인(13억6500만원)▶신양종합식품(6억8500만원)▶만구(6억5200만원)▶남일종합식품산업사(6억3500만원)▶삼아씨에프(4억3300만원)▶서도물산(3억9200만원)▶디아이(3억46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업체들은 유찰 방지 및 물량 나눠먹기 등을 위해 담합을 통해 낙찰율을 올렸다. 참치와 골뱅이 통조림은 낙찰율이 경쟁 시엔 90~93% 수준을 보였는데, 담합 시기엔 93~98%로 대폭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미디어펜이 취재한 결과, 이 중 중기중앙회 국방조달위 산하 한국통조림레토르트식품공업협동조합에 소속된 회사는 복천식품·신양종합식품·남일종합식품산업사 등 3개사, 한국통조림식품공업협동조합 소속 세복식품, 한국육가공업협동조합 회원사 동양종합식품·태림에프웰·서도물산 등 3개사, 한국장류협동조합 회원사는 만구 등 총 8개사로 확인됐다.

재작년에 군용 식품 납품 비리로 적발된 회사 중 절반 가량이 중기중앙회 국방조달위 회원사인 것이다. 이 때문에 국방조달위가 "조달 비리 문제가 현재까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거짓 기자회견'을 한 꼴이기 때문에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국방조달위는 군납 비리가 완전 해소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심심찮게 발생했던 비리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임종화 청운대학교 교수는 "정권과 해를 가리지 않고 매년 군수품과 관련한 비리 사건이 심심찮게 터진다"며 "지면으로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군납 비리의 역사가 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군 부대 특성상 규모가 굉장히 크며, 이 같은 곳에 납품하는 회사들은 블루오션을 확보해둔 공급자"라며 "이들 업체가 수요 걱정은 하지 않기 때문에 동시에 퀄리티에도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나 보병 병과의 경우 인사 이동이 가끔 있으나, 군수 계통의 부사관들은 그렇지 않다"며 "이들이 퇴임 후 군납 업체 공장장이 되기도 하는 일이 실제로 있다"고 했다. 이어 "이들 업체들이 퇴역 군인들을 채용하는 이유는 군 관계자들을 구워 삶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며 "이런 인적 커넥션이 각종 비리가 생겨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임 교수는 "중기중앙회 국방조달위가 조달 창구 이관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이냐. 그들의 주장대로 국방물자창구를 기존 방사청에서 조달청으로 이관 시 행정의 비효율성이 생겨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방사청을 거쳐 국방부와 육·해·공군 등 각 소요군으로 군납이 이뤄지는 것을 볼 때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이관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