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화 이글스가 8일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올 시즌 9위에 그치며 지난 시즌 3위에서 성적이 급추락한 한화는 팀 재건을 위해 레전드 투수 출신 정민철 해설위원에게 프런트 수장을 맡겼다. 이글스에서만 통산 161승을 올리고 등번호 23번이 영구 결번된 레전드가 단장으로 팀에 복귀한 것은 한화 팬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프리미어12라는 중요한 대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투수코치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민철 단장은 해설위원 외 또 다른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2019 프리미어12와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야구대표팀의 투수코치를 맡아 김경문 감독을 보좌하고 있었던 것. 그런데 한화 단장직을 맡게 됨으로써 대표팀 코치는 수행할 수 없게 됐다.

당장 프리미어12 조별 예선인 서울라운드가 오는 11월 6일~8일 열린다. 이번 프리미어12에는 내년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아시아-오세아니아 최고 성적을 낸 팀이 본선 티켓을 얻는다)도 걸려 있다.

   
▲ 사진='더팩트' 제공


김경문 감독은 지난 2일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투수들의 선발 작업 때 김경문 감독과 정민철 코치가 머리를 맞대고 숙고 끝에 정예 멤버들을 추렸다.

정민철 코치가 전격적으로 한화 단장으로 선임됨에 따라 대표팀은 새 투수코치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경문 감독은 상당히 아쉬워했다. 정 코치의 단장 선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매체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솔직한 마음으로는 (한화) 구단에서 양해를 해주시면 프리미어12까지는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다"며 섭섭한 마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화가 정민철 단장 선임을 공식 발표까지 한 마당에 한 달 이상 단장 부임을 늦출 수도 없다.

정민철 단장은 8일 저녁 김 감독과 만났다. 일간스포츠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 단장은 "김경문 감독님을 뵙자마자 '잘못했다'고 말씀드렸다"고 한다. 정 단장은 "이번 프리미어12를 준비하면서 감독님 곁에서 몇 개월 동안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선수도 선발하고 여러 계획도 짰는데, 갑자기 이렇게 돼서 변명의 여지가 없이 죄송하다"고 거듭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정 단장으로부터 사정 설명을 들은 김경문 감독은 이해를 해주고 단장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후배를 격려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독이 정 단장의 상황을 이해해준 것과 상관없이 대표팀은 당장 새 투수코치를 선임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가 생겼다. 대표팀 투수코치가 할 일이 적지않다 대표로 선발된 투수들의 상태를 계속 면밀히 체크하고, 상대팀 분석을 통해 어느 경기에 어떤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릴 것인지 차근차근 구상해나가야 한다. 감독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만약 한국대표팀이 프리미어12에서 투수진 운영이 원활하게 되지 않거나 부진한 성적이라도 낸다면 중요한 시기에 대표팀 코치직을 내려놓고 한화로 떠난 정민철 단장이나, 그런 정 단장을 영입한 한화 구단이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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