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조-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합의
민주노총 "도공 측 대법원 판결 부정하며 취지대로 이행하지 않아"
한국도로공사 "중재안 찾아서 최대한 합의, 민주노총 요구는 반대"
   
▲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가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조가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이는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가 농성을 벌인지 한 달 만에 이뤄진 극적 합의다. 다만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요금 수납원 정규직 전환 합의가 대법원 판결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며 합의를 거부, 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을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합의가 '반쪽짜리 합의'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현재 민주노총과 한국도로공사,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양측이 중재안을 찾아 합의안을 도출해낼지는 미지수다. 이에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정규직 전환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조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에 따라 정규직 전환에 합의, ‘한국도로공사 요금 수납원 현안 합의 서명식’을 가졌다. 요금 수납원 정규직 전환 합의서를 보면 소송 2심에 계류 중인 수납원을 직접 고용하고 1심 계류 중인 수납원은 1심 판결에 따라 직접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1심 판결 이전까지는 임시적 근로자로 고용한다. 또한 1심 재판 중인 2015년 이후 입사자 60여명의 경우, 가장 먼저 나오는 재판 결과에 따라 직접고용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이에 따라 한 달째 이어온 농성을 해제하고, 공사와 조합이 지난 6월 30일 이후 정규직 전환 관련 상호제기한 민형사·신청사건을 취하한다.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동자 494명은 이번 합의를 통해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다. 1심 계류 중인 나머지 900여명은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정규직으로 순차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은 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한 달째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해왔다. 수납원 1400여명 중 900여명은 한국노총 소속 노조에 소속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29일 대법원판결에 따라 공사에 직접 고용된 380여명은 현재 공사 직원이 되기 위한 교육 훈련을 받고 있다. 향후 직접 고용될 2심 계류자들을 대상으로도 이런 교육 훈련이 이뤄질 예정이다. 1심 계류 중인 수납원들에 대한 판결 결과에 따라 추가 직접 고용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 을지로위원회 중재안 서명을 거부한 민주노총 요금수납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10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반면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이번 중재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을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직접 고용을 요구한 수납원 중 민주노총 소속은 390여명으로 이들은 1심 계류 중인 수납원들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부정한 중재안에 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며 "이번 합의문은 도로공사에 요금 수납원 직접고용 의무가 있다는 지난 8월 29일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옳음을 이행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일반연맹은 지난 8월 29일 대법원 판결안을 기반으로 한국도로공사가 직접고용을 시행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대법원 판결안 대로 한국도로공사가 수납원 노동자들의 업무를 관리·감독한 점, 요금 수납업무가 도로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인 점 등을 이유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며 "또 ‘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 간주 혹은 의무가 발생한 이후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했더라도, 이는 사용사업주인 도로공사의 직접고용 간주 혹은 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하며,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해고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도로공사에 직접고용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일반연맹은 "판결 시점이 다른 931명의 1심 계류자를 모두 법적 절차에 맡겨 버렸다"며 "저마다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간제다. 2년 내 재판이 끝나지 않으면 다시 해고"라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 판결 취지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직접고용하라는 것"이라며 "똑같은 업무를 하는데 대표 소송을 진행해 이겼으면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똑같이 적용하는 게 맞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민주일반연맹은 노·사·전 협의회 전문가위원 활동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해 9월 협의회 마지막 회의 당시 전문가위원들이 '논의 잠정 중단과 사안의 정부 이관'을 결정했다며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가 노·사·전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 입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가 도로공사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를 방관했다며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과 함께 이재갑 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향후 한국도로공사과 민주노총의 정규직 전환 합의를 위한 중재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일반연맹 한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서는 우리는 전면 반대한다"며 "한국도로공사 측이 대법원 판결문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이강래 사장)이 교섭 자리에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있는데, 교섭 자리에 나와, 대화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도로공사도 현재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직접 고용에 대해선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우리도 한발 물러서서 중재안을 최대한 찾아 이번 정규직 전환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며 "현재로서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직접 고용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도 한 번도 판결 안 받은 사람들까지 고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등 의견도 나와, 우리도 현재로는 직접고용은 반대하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이같이 한국도로공사가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조와 정규직 전환 합의를 타결했다지만 민주노총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반쪽짜리 합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가 사실상 법원 판결대로 이행을 했어야 했는데, 판결대로 이행하지 않아 이같은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며 "한국노총과 이번 정규직 전환 합의안도 한국도로공사가 당연히 해야 했던 사안이었고 현재 정규직 전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이 아닌데 정규직 전환 문제가 다 해결된 거처럼 비쳐지는 거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이날 톨게이트직접고용시민대책위원회는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 고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한편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이날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민주노총 소속)조합원과도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완전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 이 사장은 자회사 전환에 동의한 직원들에 대해 이달 중 직무교육을 끝내고 현장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요금수납원 6514명 중 5100여명은 지난 7월1일 자회사로 전환했고 최근 대법원 판결결과에 따라 직접고용 수납원을 대상으로 현재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달 중 현장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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