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LG 트윈스의 2019시즌이 끝났다. LG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5-10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LG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LG의 이날 4차전 패배는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한 지난 2차전 못지않게 아쉬움을 남겼다. 초반 역전에 성공해 잡은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재역전패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특히 고개를 떨군 두 선수가 있었다. LG가 각각 2년, 3년 전에 거액을 들여 FA로 영입한 타선의 핵 김현수, 마운드의 핵 차우찬이었다. 김현수는 미국에서 유턴한 2017년 말 4년간 115억원에 LG 유니폼을 입었고, 차우찬은 이보다 1년 앞선 2016년 말 4년 95억원에 LG와 FA 계약했다.

김현수는 또 '포스트시즌 악몽'에 울었다. 

붙박이 4번타자로 출전한 김현수는 이날 4차전에서 5타수 2안타로 기록상으로는 잘 한 편이다. 0-2로 뒤진 1회말 첫 타석에서는 타점을 하나 올리는 적시타도 쳤다.

그러나 결정적일 때 못 쳤다. LG는 2회말 집중타가 나오며 키움 선발 최원태를 강판시켰고 3점을 뽑아 4-2 역전에 성공했다. 계속된 1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가 바뀐 투수 김성민의 공을 받아친 것이 1루수 정면 땅볼이 돼 박병호가 3-2-3으로 연결하는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LG는 더 달아나며 초반 승기를 잡을 기회가 이 타구 하나로 날아갔다.

이후에도 김현수는 잇따라 득점 기회를 놓쳤다. LG가 5-3으로 앞선 4회말 2사 2, 3루에서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달아날 찬스를 무산시켰다. 키움에 5-5 동점 추격을 당한 후인 6회말 2사 2루에서도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 세 번의 찬스에서 김현수가 한 번만 안타를 때려줬어도 이날 경기 분위기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김현수는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0.176(17타수 3안타)로 부진했다.

   
▲ 사진=LG 트윈스


차우찬이 구원 등판해 위기를 막아내지 못한 것도 컸다. 

차우찬은 5-3으로 앞서고 있던 6회초 1사 1, 3루에서 팀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7일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105개의 공을 던졌던 차우찬으로서는 이틀만 쉬고 나온 터라 힘든 상황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래도 LG로서는 차우찬이 이 위기만 막아줬으면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결과는 기대와 완전히 달랐다. 차우찬은 대타로 나선 박동원에게 2루타를 맞고 두 명의 승계주자를 모두 홈인시켜 5-5 동점을 허용했다.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선두타자 서건창을 안타로 내보낸 뒤 투아웃을 잡고 2사 3루에서 정우영과 교체돼 물러났다. 정우영도 불을 끄지 못한 채 박병호의 고의4구 후 샌즈에게 적시타를 맞아 5-6으로 역전을 당했다. 

LG는 이 때 넘겨준 분위기를 돌려놓지 못한 채 8회초 대거 4실점하며 그대로 패하고 말았다. 1⅓이닝 2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한 차우찬은 LG의 탈락이 확정된 4차전 패전투수로 기록됐다.

김현수나 차우찬이나 LG 입단 후 몸값에 부끄럽지 않은 활약을 해왔다. 김현수는 LG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타격왕(타율 0.362)에 올랐고, 올 시즌 역시 3할대 타율(0.304)을 기록하며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타선의 중심 역할을 했다.

차우찬은 LG에서의 3시즌동안 모두 두자릿수 승리(10-12-13승)를 올렸다. 토종 좌완 에이스의 입지를 굳히며 올해 LG의 4위 성적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 역투도 빛났다.

그러나 결말이 나빴다. 김현수가 찬스를 여러 번 놓치고, 차우찬이 위기를 넘기지 못함으로써 LG는 씁쓸하게 가을야구 무대에서 퇴장했다. LG의 패퇴가 두 선수 탓만은 아니지만 고액 FA 선수로서 책임감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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