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의 원금손실 파문이 금융계에 번진 가운데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부실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홍콩사태가 길어지면서 관련 리스크가 점증하는 모습이다. 홍콩H지수와 연계된 상품의 규모는 무려 25조 6000억원 수준이라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ELS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시중에 출시된 ELS의 상당 비중이 홍콩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홍콩 사태 장기화로 인한 홍콩 증시 악화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업계 자료를 합산하면 지난 9월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의 주가연계형 특정금전신탁(ELT) 잔액은 32조 7000억원으로 집계된다. ELT는 ELS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의미한다.

이 중에서 홍콩의 주가지수인 H지수(HSCEI)를 포함하는 상품의 잔액은 무려 25조 6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특히 KB국민은행의 ELT 잔액이 14조원으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홍콩H지수를 포함한 ELT 잔액은 12조 7000억원으로 역시 1위다.

시중에 판매되는 ELS는 대개 '스텝다운형' 구조를 취하고 있다. 통상 3년의 투자 기간 6개월 단위로 평가해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배리어)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초자산은 코스피200, 홍콩H지수, 유로스톡스50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FTSE100, 닛케이225 등 주요국의 주가지수 2∼3개로 설정되는데, 여러 개의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배리어 아래로 떨어지면 손실이 나는 구조다.

문제는 홍콩 사태가 길게 이어지면서 홍콩H지수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17일까지만 해도 1만 1848.98까지 상승했던 홍콩H지수는 지난 8월 13일에는 9846.64로 연고점 대비 20.3%나 하락했다. 

홍콩 사태를 촉발시킨 송환법이 중국 정부에 의해 철회되면서 지난달 초 H지수는 1만 452.58까지 회복했지만 이날 오전 현재에도 H지수는 1만 500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만약 홍콩H지수가 현재보다 15∼26% 이상 추가로 더 빠질 경우 시중에 나와 있는 ELS들이 손실 구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이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지난 2015∼2016년에도 홍콩H지수가 폭락해 손실이 난 전례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홍콩H지수의 경우 지난 2015년 5월 하순부터 이듬해 2월 중순 기간 50%에 육박하는 하락률을 기록한 적이 있다”면서 “현재 시점에서 손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파생상품 원금손실 파문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투자자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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