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2일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에 우리정부를 대표해서 참석하기로 확정되면서 아베 신조 총리와 단독 회담이 성사될지 주목받고 있다.

이 총리는 22~24일 사흘간 일본에서 머물면서 일본 정‧재계 주요 인사들을 면담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방일 이튿날인 23일에는 아베 총리가 주최하는 연회에 참석한다. 

대표적 지일파로 꼽히는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담이 성사되면 지난해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1년여만에 한일 간 최고위급 대화가 이뤄지게 된다. 회담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물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지소미아 종료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

앞서 지난 6월 일본이 주최국이었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9월 유엔총회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간 회담이 성사되고, 또 이를 계기로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복원 의지를 담은 친서가 전달되면서 한일관계 개선의 변곡점이 마련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소위 ‘1+1+α안’, 즉 배상 주체에 일본 기업은 물론 한국기업과 한국정부를 포함시키는 안이 거론된 바 있다. 또 한일정부와 기업이 참여하는 ‘2+2 기금’ 해법이 제시된 바 있다. 여기에는 일본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한국측이 배상금을 우선 지급 또는 공탁하고, 일본측에 대한 채무구상권을 확보하는 내용도 담겼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8년 9월11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일 양자회담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마침 지소미아 종료일이 내달 22일로 다가와 있고, 대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 압류 상태에 있는 일본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절차도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총리의 이번 방일이 적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한편, 이번에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가 회담을 갖더라도 15분분 남짓 될 것이라는 일본 매체의 보도도 나와 있다. 아베 총리는 21~25일까지 50여개국 인사와 약 15분씩 개별 회담을 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총리가 아베 총리를 만나더라도 한일 양국간 이번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단숨에 한일관계를 회복할 것이라고 낙관하기란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당초 문 대통령이 일왕 즉위식에 참석할 것이 검토됐지만 끝내 무산된 것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도 13일 “일본의 수출규제 이전부터 대화를 요청한 쪽은 우리측이었고, 일본은 계속 거부해왔다”며 “일왕 즉위식 때 총리가 가는 것은 대화의 수준을 높이고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그 결과를 어느 정도까지 기대할 수 있을지 말하기는 이르다. 사전에 좀 더 긴밀한 대화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일관계) 해결이라는 것은 (일본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이뤄지기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 일본정부가 변경한 수출규제 시행령을 (그대로 두고 그것을) 전제로 평가를 잘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본 언론도 이 총리의 일왕 즉위식에 따라 한일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NHK는 “이 총리가 일제 강제징용피해 배상판결과 관련한 한국정부의 대응을 총괄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주지 않았다”라며 “이번 방문을 통해 한일관계가 개선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정부 내에서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을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일왕 즉위식엔 중국 왕치산 국가부주석, 미국 일레인 차오 교통부 장관, 영국에서 찰스 왕세자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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