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표선수들이 귀국해서야 북한과의 평양 원정경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태극전사들은 축구가 아닌 '싸움'을 벌이다 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끔찍했던 북한전을 마치고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은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3차전을 가져 0-0으로 비겼다. 16일 오후 평양을 출발한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돌아왔다.

한국이 북한과 0-0 무승부를 거뒀다는 것 외에는 어떻게 경기를 치렀는지 알 길이 없었다. 북한은 TV 생중계도 허용하지 않았고 응원단의 방북도 불허했다. 한국은 물론 외신기자들의 취재 허가도 내주지 않았다. 모든 것이 깜깜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북한이 홈경기임에도 관중석을 텅텅 미워 '무관중' 경기를 펼쳤다는 점이다.

무관중 경기에 대해서는 평양을 찾아 한국-북한 경기를 직접 관전한 지아노 인판티노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조차 "실망스럽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북한은 도대체 왜 '무관중' 경기를 했을까. 한국보다 열세인 북한 대표팀이 수만 명 홈관중 앞에서 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 정도만 가능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표선수들의 말에서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나 하는 짐작을 해볼 수 있었다. 

한국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은 "축구가 몸싸움이 허용된다 해도 상대는 (몸싸움 이상으로) 더 거칠게 들어오는 상황이 많았다. 그 쪽(북한선수들)이 예민한 반응을 많이 했는데 작전이었던 것 같다"며 "기억하기 싫은 심한 욕설도 있었다"라고 험악했던 북한전을 돌아봤다.

손흥민은 "안 다쳐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할 정도였다. 해보지 않은 경기장이었고 상대 플레이도 부상 위험이 상당했다"고도 얘기했다.

북한에 주재하는 스웨덴 외교관이 직접 찍어 SNS에 올린 동영상에는 북한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과 시비를 벌여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나도는 장면이 있어 화제가 됐다. 주장 손흥민이 흥분된 북한 선수들을 말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진수는 이 상황에 대해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황)인범이가 한 대 맞았다. 때리려고 한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아쉬움이 컸다. (북한 선수들이) 욕을 계속 했다"면서 "승리하지 못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 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전했다.

황인범은 가격 당한 상황에 대해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북한 선수들이 한국에 오면 똑같이 되갚아 주겠다"는 말로 심경을 대변했다.

   
▲ 북한 선수가 손흥민에게 거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북한 대표팀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뿐 아니라 벤치에서도 많은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말들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무관중' 경기는 일종의 작전처럼 보인다. 작심하고 떳떳하지 못한 플레이로 어떻게든 한국을 이겨보려고(또는 지지 않으려고) 시비도 걸고, 몸싸움도 하고, 욕설도 하면서 한국 선수들을 자극했다. 이런 의도를 갖고 있었으니, 축구가 아닌 '싸움'을 홈 관중들에게 보여주기 싫었을 것이다.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치고 온 것이 다행'이라고 선수들이 느꼈다면 정상적인 축구 경기는 아니었다. 북한이 월드컵 본선에 도전하겠다며 예선전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깜깜이 무관중' 평양 원정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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