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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평양 깜깜이 경기' 보고 생긴 소망…북한 탈락,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 포기
승인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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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10-17 09: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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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평양 원정경기, 이른바 '깜깜이 경기'를 보고 소망이 생겼다. 북한이 월드컵 2차예선에서 탈락하기를 소망한다. 현재 추진 중인 2023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가 무산되기를 소망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평양 원정을 가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을 치르고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맞붙어 0-0으로 비겼다.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에서 무승부로 승점 1점만 갖고 돌아온 것은 아쉽다. 그렇지만 대표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무사히'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이번 한국과 홈경기를 평양에서 개최한 북한은 전 세계에 '가장 이상한 경기'를 선보였다. 응원단, 한국과 외신 취재진의 방북을 허가하지 않았다. TV 생중계도, 경기 상황 실시간 전달도 못하게 했다. 무관중 경기로 '이게 월드컵 예선 맞나'는 한심한 생각이 들게 했다. 북한선수들은 시종일관 거친 플레이와 욕설로 한국선수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역사적으로 오점을 남긴 한국-북한의 평양 경기였다.

   
▲ 무관중으로 치러진 한국-북한 평양 경기.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런 일을 겪으면서 북한이 2차 예선에서 탈락했으면 좋겠다는 강한 희망사항이 생겼다. 최종예선에 북한이 올라와 한국대표팀이 다시 북한 원정길에 올라 그같은 고생을 또 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기 때문이다.

2차 예선 H조에는 한국, 북한과 함께 레바논,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가 포함돼 있다. 조 2위까지 최종예선에 올라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을 다툰다. 현재 H조 1위가 한국, 2위가 북한이다. 한국과 북한은 이번 평양 맞대결에서 비겨 나란히 2승 1무(승점 7)가 됐다. 골득실에서 한국이 앞서 1위에 올라 있다.

'한국과 북한이 나란히 조 2위 안에 들어 최종예선에 동반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동포애적 발상은 바람 빠진 축구공을 뻥 차서 날려보내듯 멀리 보이지 않는 곳으로 보내버렸으면 한다.

다른 팀들의 협조(?)가 있어야겠지만, 우리 대표팀이 내년 6월 안방에서 열리는 북한전에서 화끈한 승리로 북한의 최종예선 진출을 가로막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또 하나,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가 무산되기를 바란다.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명분 하에 2023 여자월드컵의 남북 공동 유치가 추진되고 있다. 지아노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올해 초 제안했고, 대한축구협회가 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 추진하고 있는 일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이번 한국대표팀 평양 원정에 동행했다. 평양에서 인판티노 회장, 북한축구협회의 김장산 사무총장과 만나 여자월드컵 공동 개최와 관련해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오른쪽)이 평양에서 인판티노 FIFA 회장(가운데), 김장산 북한축구협회 사무총장과 만났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어떤 얘기가 오갔으며,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는지는 모르지만 대한축구협회 측이 먼저 공동 개최 추진 포기 의사를 밝혔으면 좋겠다.

이번 평양 원정경기를 통해 북한이 스포츠를 통해서라도 국제 사회와 소통하며 경색된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려는 의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정치와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철칙이다. 그런데 북한은 한국-북한의 월드컵 예선 홈경기를 매우 '정치적으로' 치렀다. 중계 없고, 취재 없고, 관중 없는 깜깜이 경기를 만들고 말았다. 정치적 의도가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기를 관전한 인판티노 회장조차 무관중 경기에 실망을 나타냈고, 취재 허가를 해주지 않은 북한에 대해 '언론 자유'를 언급했다.

한 마디로 북한은 여자월드컵을 한국과 공동 개최할 뜻도 없고 준비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런 북한과 공동 개최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유치는 정부나 관련 단체가 독단적으로 할 일이 아니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한일 공동 개최)은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 속에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번 평양 깜깜이 경기를 본 대한민국 국민 누가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스포츠를 통한 평화 정착'의 희망을 품겠는가. 북한이 슬쩍 손을 내밀어주기만 바라고 기다리는 것, 축구 이벤트 외에 여러 곳에서 숱하게 봐왔던 우리만의 환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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