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사랑 얘기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많고도 많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대사 한 줄, 그림이 되는 한 장면이 오래 가슴에 머리에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단 한 마디의 대사로 명품 로맨틱 드라마 반열에 올라섰다. 강하늘이 공효진에게 던진, "니가 먼저 했다"가 그 대사다.

16일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 말미에 용식(강하늘)은 동백(공효진)과 첫 키스를 했다. 드라마를 안 본 시청자들에게 이 키스는 '그럴 때가 됐군', '키스가 대순가, 드라마 홍보 기사에 또 이용되겠군' 정도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드라마의 열혈 시청자들에게 이 키스는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 키스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이 거쳐온 과정, 사랑에 빠지고 자연스럽게 스킨십으로 넘어가는 순간의 설렘이 농축돼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키스 직전 용식이 던진 한 마디 말이 압권이었다. "니가 먼저 했다" 지금까지 숱한 명대사들이 '동백꽃 필 무렵'의 재미를 키워왔지만 그 가운데서도 최고봉이었다. 두 사람의 감정에 함께 녹아드는데 결정타가 된 대사였다.

이날 방송에서 동백은 옹산을 떠나기로 하고 하나하나 정리 작업을 했다. 늘 동백을 시기, 질투하고 괴롭히기만 했던 것 같던 이웃들의 애틋한 진심도 조금씩 드러났다. 동백과 용식 어머니 회장님(고두심)은 이별 얘기를 하면서도 서로 쌓인 정 때문에 괴로워했다. 막무가내로 말리는 용식을 다독이며 이별 준비를 하는 동백의 마음이 편하기만 했겠는가.

동백을 붙잡으려면 까불이부터 붙잡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여전히 좌충우돌한 용식. 이런 사정도 제대로 모른 채 아들 필구(김강훈)가 눈에 밟혀 동백에게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올 것을 사정하는 강종렬(김지석). 이런 두 사람을 보고 "동백씨 뜻대로 하라"며 괜히 쿨한 척 하는 용식.

갈등하던 동백은 용식이 해준 말로 옹산을 떠나려던 마음을 바꿨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음으로 해서 "행복해질 자격이 차고 넘치는" 것을 알게 됐고, "도망치는 사람한테 비상구는 없다"며 이 세상을 향해(용식 제외) "까불지 마"라고 외쳤다. 그리고 옹산에 남기로 했으며, 까멜리아를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 사진=KBS 2TV '동백꽃 필 무렵' 방송 캡처


이런 동백의 모습은 또 용식을 울컥하게 했다. '이 여자가 미치게 진짜 미치게 예뻐죽겠다'는 용식의 생각을 읽은 듯 동백은 전에 없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용식을 바라보다 기습적으로 볼에 입맞춤을 하고는 "다 네 탓이야. 나를 꼬시고 예쁘다고 하니까"라며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용식의 문제의 대사. 용식은 "니가 먼저 했다"며 동백에게 자신감 넘치게 키스를 했다.

근래 이렇게 심쿵하는 사랑의 대사가 있었던가. 우직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오직 사랑으로만 바라보고 감싸안으며 지켜주고 기다려주던 남자 용식이, 자신의 마음을 드디어 받아준 동백에게 '수동형'으로 던진 최고의 심장 폭격 사랑 고백이 바로 "니가 먼저 했다"였다.

이런 촌스럽지만 심장에 콱 꽂히는 명대사를 날릴 때 강하늘의 표정 연기와 정면에서 맞받아주는 공효진의 분위기 연기는 오래 기억될 명장면을 완성했다.

곧 이어진, 까멜리아 문을 열고 들어서는 까불이(추정인물)의 섬찟한 뒷모습 엔딩도 "니가 먼저 했다" 키스의 여운을 다 걷어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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