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북한과 치른 평양 원정 경기 녹화중계가 결국 무산됐다. 21세기 지구촌에서 벌어진 이 황당한 '깜깜이' 경기는 북한 측이 제공한 영상을 통해 17일 지상파 TV로 녹화중계될 예정이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취소됐다.

고난의 평양 원정을 다녀온 한국 대표선수들의 증언, 그리고 축구협회가 취재진에게 공개한 경기 영상을 종합해 보면 녹화중계를 차라리 안보는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측의 생중계도, 취재도, 응원도 허락하지 않은 북한은 무관중이라는 기상천외한 무대에 한국과 북한 축구대표팀을 몰아넣었다. 그리고 북한 선수들은 격투기를 방불하는 거친 플레이로 일관했고, 우리 선수들을 온갖 욕설과 고함으로 자극했다.

녹화중계마저 불발된 주된 이유가 북한이 제공한 영상의 질이 방송에 부적합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영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방송에 적합할 지는 의문이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북한 선수들은 작정하고 나선 듯 한국 선수들을 괴롭혔다. 축구 경기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볼다툼이나 몸싸움에도 과한 반응을 보이고 시비를 걸고 반칙을 했다. 이 경기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옐로카드는 4장으로 북한이 2장(전반 30분 리영직, 후반 1분 리운철), 한국이 2장(후반 10분 김영권, 후반 17분 김민재)으로 같다.

그러나 북한의 플레이가 훨씬 거칠었던 것은 분명했다. 벤투 감독이 강한 불만을 나타냈듯, 주심은 보다 강력하게 북한의 이런 플레이에 경고하고 제지를 했어야 했다.

귀국 인터뷰에서 대표선수들과 최영일 단장(축구협회 부회장)은 북한전을 '격투기', '싸움', '전쟁' 등으로 표현했다. 안 다치고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백번 양보해, 거친 플레이야 몸끼리 부딪히는 축구의 특성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욕설은 다르다. 인격 모독이고 상대 선수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다.

주장 손흥민은 "욕을 엄청 많이 들었다"고 했다. 어떤 욕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아마 입에 담기도 싫었을 것이다.

수비수로 풀타임을 뛴 김문환이 언론 인터뷰에서 그 욕의 한 예를 공개했다. '간나XX'였다. 벤치 멤버들까지 가세해 엄청 욕을 많이 했다고도 전했다.

관중도 없어 선수들의 고함이나 욕설이 더 크게 울려퍼졌다. 정상적인 영상이 제공돼 녹화중계가 이뤄졌다면, 우리 대표선수들이 북한선수들에게 심한 욕을 듣는 장면을 국민들이 지켜봐야 했을 것이다. 울화통 터질 일이다.

의도적으로 걸어오는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성숙하게 대처하면서 몸 상하지 않고 돌아온 대표선수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이번 평양 원정에서 당했던 모욕을 내년 6월 북한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속 시원하게 되갚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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