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나라냐'는 광장의 촛불 재등장…탄핵의 숨은 손과 인간 박근혜의 모습
[미디어펜=문상진 기자]'이게 나라냐'는 광장의 촛불이 대한민국을 집어 삼켰다. '촛불 혁명'을 구원의 메시지인양 내세우며 들어선 문재인 정부도 반환점을 돌았다. 적폐 청산이란 광풍이 몰아쳤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관여했던 인물들은 줄줄이 수의의 신세가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이 넘은 지금 '이건 나라냐'며 또다시 촛불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라져 민심은 두 동강이 났다. 적폐의 칼을 높이 빼 들었던 그들의 '내로남불'에 국민들은 아연했다. 조국 사태는 궤변과 어용, 특권과 반칙의 종합세트로 적나라한 민낯을 내 보였다.

경제는 벼랑으로 내몰리고 정치는 실종됐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는 또렷이 보이고 현재는 지우고픈 오욕으로 점철되고 있다. '아무도 가보지 않는 길'은 탄탄대로가 아니라 가시밭길을 걷는 형국이다.

흔들리는 대한민국이 수의 신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완의 길'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의 실체적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아직 시간과 세월의 검증을 거쳐야 하겠지만 조금은 답답함을 풀어줄 책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천영식의 '천영식의 증언-박근혜 시대 그리고 내일'이 그 책이다. 

'천영식의 증언'은 위선적인 운동권 특권 세력은 자신들만 옳다고 정의롭다며 '꼰대 정치'를 일삼는다.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소통하는 오만방자한 태도로 국민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을 상대해야 할 이 나라의 보수 정치인들은 너무도 나약하고 한 시대를 잘못 읽는 심각한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그 결과 5년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과 그의 시대가 강제로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시대는 지나갔지만 그 시대를 모욕하고 권력을 잡은 이들이 만들어 낸 작금의 현실은 암흑 그 자체다. 이제는 정말 '새 정치'를 열어 가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발전이 담보될 수 있으므로. 그래야 이 나라 국민들이 각자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박근혜 시대는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더 나아가 미래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박근혜 시대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폄훼되어 왔다고 한다. 모든 정부와 모든 대통령에겐 공과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편파적인 시각에서 한 시대가 다뤄진다면 그것은 공정하지 못한 일이 될 것이다. '천영식의 증언'은 박근혜와 그의 시대를 있는 그대로의 역사로서 복원해 냈다는 의의가 있다.

저자는 '정치인 박근혜'를 '대통령 박근혜'로 만든 가장 큰 정치적 자산으로 '헌신'과 '신뢰'를 꼽는다.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정치인 박근혜가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었고 국민으로부터 대통령 권력도 부여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복잡다단한 정치 주체들의 요구 사항과 갈등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선 설득과 타협의 기술을 써야 할 대목들도 있기 마련인데 그와 같은 측면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진단하고 있다. 검찰, 헌법재판소, 국회의 권력은 말 그대로 비대해졌다. 그리고는 그 막대한 '힘'을 가지고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이라는 합리적인 정치적 해법은 부재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촛불 세력이다.

그들은 탄핵 국면에서 마치 자신들이야말로 민심을 대변하는 양 의기양양했지만 이제는 국민들도 그들의 실체를 깨닫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여전히 안착하지 못했음을 증명한 셈이며 또한 이 나라 정치 현실의 어두운 민낯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스템과 법 제도가 가진 허술한 구석을 파고들어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손에 쥔 권력을 멋대로 휘두르고 오·남용한 부끄러운 사례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힘준다.

저자는 앞으로는 어느 통치 권력이든 성실하고 진정성 있게 일하되 국민들의 미움을 사지 말아야 한다. 다가올 새 시대에는 새 정치를 망치는 위선과 거짓 그리고 국민의 미움을 무릅쓰는 오만함은 결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대단히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설득과 타협을 통해 풀어 나가는 지혜와 정치적 감각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일침을 가한다.

책속으로 들어 가보자. 저자가 전하는 정치권력이 경계해야 할 점과 현재의 대한민국에 대한 우국지정을 짧게나마 전한다. 참고로 책 말미에 소개된 '인간 박근혜'의 소소하고도 고독한 일면을 느끼게 해 주는 단편적인 에피소드와 대통령이 아닌 '친구 박근혜'를 염려하고 그리워하는 친구들의 편지 등은 독자들에게 작지만 특별한 선물이다.

"박근혜 시대로부터 배태된 대표적인 정치 담론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력의 파워 시프트에 대한 분석이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어디에 있고, 청와대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며, 청와대와 다른 정치 주체들 간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앞으로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4부〈대통령, 권력, 정치〉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운명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제대로 굴러갔다면 아마 박근혜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잊히거나 또는 대한민국의 여러 전직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조용히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가 너무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걸어간 미완未完의 길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맺으며>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