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법원이 취직한 지 5개월 만에 뇌경색 진단을 받은 20대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김병훈 판사는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지난 2017년 6월 전기 설계 회사에 입사해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다 한 달 후 경기도에 있는 현장 사무소로 파견됐다. A 씨는 도면 납품일을 맞추기 위해 10여 명의 직원 업무 지원과 잡무를 도맡아 하면서 야근과 휴일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어느날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회사 동료들이 숙소에 쓰러져 있는 A 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고,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이에 A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고 근로복지공단은 A 씨의 뇌경색 발병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요양 불승인 결정을 했다. 이에 A 씨는 처분에 불복해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청구했으나 재심사가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도 근로복지공단처럼 뇌경색 발병 전 A씨의 평균 근무시간이 업무상 재해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업무로 인해 뇌경색이 발병했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A씨가 입사한 지 한 달여 만에 거리가 먼 '기피 근무지'인 파주 사무실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납품일에 맞추려 야근과 휴일 근무를 반복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A 씨의 뇌경색 발병 전 일주일 업무시간은 55시간 46분으로 발병 전 업무시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며 "도면 2차 납품일이 확정되면서 1차 때와 같이 야근과 휴일 근무를 계속해야 할 상황에 놓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A 씨는 파견 근무를 나와 회사 숙소에서 혼자 생활했으나 회사의 대표를 비롯한 선배 직원들이 일주일에 2~3회 정도 야근이나 회식 후 잠을 자고 나갔다"며 "선배 직원들이 숙소에 오는 날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외에 뇌경색 발병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료기록 감정의도 연장근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업무 스트레스가 있었을 개연성이 있는 점, 과거 특이 병력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뇌경색 발병이 업무 환경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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