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이제 우리정부 2년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고, 평화적인 경제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갖고 총지출이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 규모, 총수입이 1.2% 늘어난 482조원으로 편성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청와대

◆“내년도 확장예산, 혁신포용공정평화 위해 선택 아닌 필수”

문 대통령은 “재정건정성을 우려하는 분도 계신다. 우리가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이라면서도 “하지만 대한민국 재정과 경제력은 충분히 성장했고, 매우 건전하다. 정부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 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세계적인 경기하강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과감하게 늘리라고 각 나라에 권고했다. 특히 독일과 네덜란드와 우리나라를 재정 여력이 충분해서 재정 확대로 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나라로 지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다. 2016년 26위에서 크게 올라갔고, 우리정부 출범 이후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연속해서 17위, 15위, 13위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거시경제 안전성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했다.

또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 모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 중국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다. 우리경제의 견실함은 우리 자신보다도 오히려 세계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정부는 최근 2년간 세수 호조로 국채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8조원 축소해 재정 여력을 비축했다. 내년에 적자국채 발행 한도를 26조원 늘리는 것도 이미 비축한 재정 여력의 범위 안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반동안 재정의 많은 역할로 ‘혁신적 포용국가’의 초석을 놓았다. 재정이 마중물이 되었고, 민간이 확산시켰다”며 “그러나 이제 겨우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이고, 우리경제가 대외 파고를 넘어 활력을 되찾고 국민들께서도 삶이 나아졌다고 체감할 때까지 재정의 역할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다. 

◆“어르신 단시간 일자리 비판 있지만 일하는 복지가 더 낫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확장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는 혁신‧포용‧공정평화 네가지 목표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투자하고 △우리사회의 ‘포용의 힘’과 ‘공정의 힘’을 키우고 △우리 미래인 ‘평화의 힘’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어르신들의 좋은 일자리를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겠다”면서 “재정으로 단시간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판이 있지만, 일하는 복지가 더 낫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와 함께 내년부터 저소득층 어르신 157만명에 대해 추가로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통일 되어도 열강 속 주권국가 되려면 강한 안보능력 필요”

또한 남북관계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비핵화의 벽”이라고 밝히고, “대화만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상대가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가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우리 맘대로 속도를 낼 수 없지만 우리는 역사발전을 믿으면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대화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우리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안보”라며 “지금 안보 중점은 대북억지력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된다 해도 열강 속에서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선 강한 안보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떠나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청와대

◆“공수처 있었더라면 국정농단사건 없었을 것”

아울러 최근 ‘조국 사태’를 염두에 둔 듯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할 것이다.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국회도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하며 “검찰의 내부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내년에 근로시간 단축이 확대 시행됨에 따라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 그래야 기업이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 3법’과 기술 자립화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특별법’도 시급히 처리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수‧진보 조화 이뤄야…저부터 다른 의견 경청하겠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는다.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의 가치와 이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어떤 일은 과감하게 물어붙여야 하고,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일도 있다”며 “제때에 맞는 판단을 위해 함께 의논하고 협력해야 한다. 더 많이, 더 자주 국민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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