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강도 규제로 재건축 꺼려해
리모델링한 단지들 집값 상승 뚜렷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최근 정부는 집값 상승의 진앙지인 재건축을 겨냥해 규제를 퍼붓고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자 입지·교육·인프라가 좋은 지역인 강남과 한강조망이 가능한 지역에서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정부가 리모델링 등 소규모 정비 사업장에도 민간택지로 확대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리모델링 추진 조합들의 우려도 깊어져가고 있다. 

   
▲ 사진은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일대.기사와 관계 없음./사진=미디어펜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 1차'(256가구)가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다. 해당 사업지는 5개동, 지하4층∼지상28층, 294가구를 새롭게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 단지는 설악아파트를 재건축한 것으로 2002년 입주 후 17년 만에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리모델링이 끝나면 '재건축 후 리모델링'의 첫 사례가 된다.

또 서강대교 북단 인근 마포구 신정동 '서강GS아파트'(1999년 준공)도 이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정비업체 선정도 마칠 계획이다. 3개 층을 높이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힌 상태다.

서울 송파구에서는 문정동 '문정시영'(1316가구)이 22일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다. 해당 단지는 서울시내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리모델링 단지 중 한 곳으로, 작년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7곳 중 1호 단지다. 30년이 경과한 노후아파트지만 용적률이 232%에 달해 시범단지 지정이전인 2016년부터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리모델링을 추진해왔었다.

용산구 이촌동 '강촌'(1001가구)도 20일 리모델링 주민설명회를 연다. 이촌동 일대 단지들과 5000가구 규모의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조합 간의 의견을 모으지 못해 무산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용적률이 423%로 높고 재건축 연한도 아직 채우지 못해 일찌감치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이 재건축을 포기하고 리모델링 적극 추진하는 데는 집값 상승이 가장 큰 이유다. 또한 재건축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강남, 한강조망 가능한 단지들은 입지적 장점을 살려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함도 있다.

실제로 리모델링 사업이 완료됐거나 추진이 가시화된 단지들은 집값이 뛰고 있다. 잠원 동아아파트는 2월 전용 84.91㎡가 15억200만~16억2000만원에 거래됐지만 8월엔 18억9500만~19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또 강남구 청담동 '청담아이파크'는 리모델링 완료 후 2014년 입주하면서 전용 110.18㎡가 12억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7월 21억4000만원까지 상승했다.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총 26개 사업장 중 절반인 13개 단지의 리모델링 시공권을 따냈다. 잠원 훼미리(완공 후 331가구)를 비롯해 개포 대청(902가구), 개포 우성9차(232가구), 이촌동 현대(750가구), 송파 성지(342가구), 둔촌 현대1차(572가구) 등이다. 쌍용건설 역시 송파구 오금 아남(328가구)과 성동구 옥수 극동(1035가구)을 포함해 수도권에서 6곳 시공을 맡아 수주실적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경기도에서 아파트값이 높게 형성돼 있는 분당에서도 대부분 노후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구상하고 있고, 벌써부터 투자자들이 돈들고 모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정부 규제는 아파트값을 잡기는 커녕 집값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불쏘시개 역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규제를 연일 꺼내놓고 있지만 이같이 리모델링 허가까지 내주면 규제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밖에 안될 것"이라며 "강남 집값 잡겠다는 정부는 총선 앞두고 재건축단지들을 경제영역으로 보지않고 정치적 영역으로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리모델링 역시 30가구 이상을 신규로 분양하게 될 때에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키로 함에 따라 비강남권 지역에서는 손쉽게 사업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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