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역사적 저점 수준의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내년 경영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이상 전통적인 형태의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해외파생결합상품(DLF‧DLS) 원금손실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22일 은행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국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하했다. 이는 1년 11개월 만에 금리가 다시 ‘역사적 최저점’ 수준으로 회귀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무렵 기준금리가 앞으로 1회 이상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전인미답의 ‘기준금리 연1% 시대’가 눈앞에 있다는 의미다.

   
▲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들이 적용하는 시중금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은행의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시장금리 주요 지표 중 하나인 국고채 10년물 금리와 유사한 추세로 움직인다.

문제는 은행들의 NIM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 평균 NIM은 1.61%를 기록해 3년 만에 하락 반전한 상태다. 지난 8월에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1.09%까지 떨어졌다. 올 3분기 국내 은행들의 평균 NIM은 약 1.55%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2016년 기록한 사상 최저치와 같은 수준이다.

결국 이자수익을 중심으로 놓고 비이자수익에서 ‘플러스알파’를 추구하는 전통적인 은행 영업방식은 한계에 봉착한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비이자·수수료 수익 역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금융사‧증권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정된 금융소비자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이 부문의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회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외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 이후로는 금융사들에 대한 고객의 신뢰 수준도 바닥으로 떨어져 현장 영업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국내은행 한 관계자는 “ELS 등 주가와 연계된 파생상품의 수수료 수익이 현재 크게 줄어든 상태”라면서 “금융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전반적인 신뢰도가 낮아져 은행권 수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금융사들은 나라 밖으로 시선을 돌려서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최근 KB금융그룹은 미국 스티펠 파이낸셜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한금융그룹이 글로벌 사모펀드 KKR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하나금융그룹은 올 상반기 베트남 국책은행에 1조원을 투자했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게 해외법인 대출규제를 완화해주기로 하며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주는 모습이다. 국내 증권사 한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는 은행 계열 금융사의 증권사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이 기대된다”면서도 “국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업계 전반적인 경영 리스크는 상승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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