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금강산 일대 현지지도…"남측시설 들어내야"
평양공동선언 포함 금강산관광 재개 미이행 '불만'
   
▲ 금강산 만물상 전경. /사진=현대그룹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현대아산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데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북측의 후속 보도 등 추이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현대아산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관광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다"면서도 "차분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지도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금강산에 고성항해안관광지구,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를 조성하고 이에 따른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을 만들어 3~4단계로 나눠 연차별·단계별로 건설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북한 지도자가 현지 지도를 하며 철거에 대한 지시를 했다는 것은 단지 경고성 메시지로 보기에는 어려워 현대그룹도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돌발 발언은 남측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된 금강산관광 재개를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시한 '남측 시설'은 현대그룹이 조성하고 소유권을 갖고 있는 선착장과 해금강 호텔 등 13곳이다. 현대그룹은 북측으로부터 해금강-원산지역 관광지구 토지이용에 대한 50년 사업권을 보유해 오는 2047년까지 29년이 남았다. 

금강산관광 사업은 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500마리의 소떼를 몰아 북한을 찾은 이후 추진된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사업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어진 금강산 관광은 이명박 정부 집권 첫 해인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11년째인 올해 현대그룹은 남북과 북미 관계 개선 추이를 지켜보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대해왔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은 연초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414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이 중 350억원을 개성과 금강산 관광설비 등을 개보수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었다. 또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테스크포스팀’를 가동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데다 김 위원장의 돌발 지시로 남북사업 재개에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북측의 보도를 접하고 배국환 현대아산 사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었고 현정은 회장에게 보고를 올린 상황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말이 실행될 경우 1차적으로 정부와 협의해야 하고 2차적으로는 회사 차원에서 방안을 제시해야할 것"이라며 "다만 아직 한 차례 보도일 뿐인 만큼 관련 후속 보도 등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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