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직무 정지로 KB금융그룹이 사령탑 공백 속에 상당 기간 표류할 전망이다. 임 회장은 12일 오후 6시부터 앞으로 3개월간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이후 임 회장의 직무대행으로 윤웅원 KB금융 부사장이 선임됐지만 직무 대행 체제가 거대한 KB금융그룹을 제대로 이끌고 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임 회장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구제 절차에 착수할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KB금융그룹은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어서다.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은행 개인정보 유출과 주전산기 교체 문제 등과 관련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건의한 문책 경고(중징계)안에 소명을 마친 뒤 금융위를 나서고 있다. / 뉴시스

KB금융은 지난 6월부터 징계수위 결정과 관련해 직원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이제 CEO 부재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피로감을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 회장은 그간 거취를 묻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조직안정화와 경영정상화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직무 정지 조치로 ‘조직안정’과 ‘경영정상화’는 요원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주 경영공백을 우려해 이사회를 중심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모색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사회도 제재 수위가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뛰어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KB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LIG 손보 인수 역시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KB금융은 지난달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금융위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위는 현재 자회사 편입 승인 여부를 심사중이다.

KB금융은 ‘기관 경고’ 징계는 LIG손보 인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금융지주법 상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라도 자회사 편입에는 법적인 하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LIG손보 인수를 추진하던 임 회장은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할 상황인데다 금융당국과의 갈등으로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LIG손보 편입승인 심사가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 회장은 자진 사퇴를 거부했지만 금융당국의 사퇴압박은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이다.

직무정지 기간은 3개월로 끝나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최고경영자(CEO)는 자진 사퇴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12일 전체 회의를 열어 임 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금융감독원이 건의한 문책경고(중징계)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3단계)로 결정했다.

당초 예상보다 더욱 강력한 징계가 내려진 것은 임 회장이 금융감독 당국의 뜻을 거스른 것에 대한 괘씸죄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초 금융감독원 제제심의 위원회에서 경징계 방침이 내려졌으나 최수현 금감원장이 이를 중징계로 뒤엎고 다시 금융위의 논의까지 거치면서, 금융당국도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는 비난을 면치 어렵게 됐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