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광고총량제 중간광고 허용, 매년 수백억흑자, 대부분 직원 성과급 잔치 눈쌀

   
▲ 황근 선문대교수
박근혜 정부가 최근 발표한 담배 값 2,000원 인상안을 놓고 온 나라가 다시 시끄럽다. 가뜩이나 세월호 갈등으로 피로감이 극도에 달해 있는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OECD 국가들 중에 가장 높은 흡연인구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 불가피한 인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도리어 국민건강을 핑계로 조세수입을 늘려 보겠다는 얄팍한 꼼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백해무익’ 아니 ‘만병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흡연 인구를 줄여보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 동안 독점 전매구조아래 담배로 돈을 벌어 온 국가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백번 옳은 말일 것이다. 물론 이런 불합리한 국가독점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은 일제라는 점에서 지금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다. 또 해방이후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던 시절에 담배수입으로 국가재정을 유지해야했던 불가피성도 어느 정도 인정된다.
 

담배수입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국민을 먹여 살리는 지극히 모순된 어쩌면 ‘필요악’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지금 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 모두 담배 값을 올릴 때마다 항상 국민건강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정부가 담배독점사업을 중단하거나 아니면 담배판매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이 맞다. 
 

   
▲ 박근혜정부가 담배값을 대폭 인상하는 것을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흡연을 줄인다는 공익을 내세우고 있다. 조세수입을 노린 꼼수라는 반론도 거세다. 방통위가 지상파의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허용을 추진하는 것도 한류콘텐츠 확대 등 공익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상파는 매년 수백억원의 흑자를 기록중이다. 광고총량제 등으로 지상파 광고를 더 늘려주는 것은 명분이 없다. 담배값인상이나 지상파 광고 확대정책 모두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공익을 빙자해 돈벌이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방송화면 캡처

박근혜정부도 담배 값을 2,000원 인상하면 금연홍보 같은 국민건강 사업을 더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비용은 담배 값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금 2조~3조원에 비해 ‘새 발에 피’도 안되는 몇 백억 수준에 불과하다. 겉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민건강 어쩌구 하는 말들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일 뿐이고 결국 국세를 늘리겠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담배 값 인상과 똑같은 경우가 바로 지상파방송 광고확대 정책이다. 지난 달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박근혜대통령에게 보고한 ‘제3기 방송통신위원회 정책과제’에 지상파방송 ‘광고 총량제’를 연내 허용하고 장기적으로 중간광고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광고 총량제’란 지금처럼 시간단위별로 광고시간, 광고방식을 제한하지 않고, 전체 광고시간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광고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또한 중간광고란 프로그램 앞뒤가 아니라 중간 중간에 광고를 허용해 광고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방송 광고규제 완화 방침에 대해 찬반양론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당장 지상파방송 광고물량이 확대되면서 피해를 보게 될 유료방송 채널들과 광고물량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신문사들이 가장 크게 반대하고 있다. 물론 시청자의 시청권을 제약하고 프로그램 상업화와 선정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시청자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방송의 광고를 늘려주겠다는 이유가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영압박이 심해지고 있고, 한류드라마 같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부족한 재원을 늘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상파방송사들의 공영성을 제고하기 위해 광고를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논리 자체도 맞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지상파방송 3사가 적자를 낸 적은 거의 없다. 특히 공기업 형태의 KBS를 제외하고 MBC, SBS는 최근 몇 년간 매년 수백억 심지어 1,000억이 넘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담배 값 인상과 지상파방송 광고규제완화는 비슷한 점이 많다. 첫째, 국민건강과 방송공익성을 명분으로 국민들과 시청자들에게 유익하다고 할 수 없는 담배수입과 공영방송의 상업광고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둘째, 담배 값을 인상하면 흡연으로 인한 피해예방에, 광고수입을 늘리면 방송공익성을 제고하고 경쟁력 있는 한류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실제 그 비용은 늘어나는 수입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담배수입은 다른 곳이기는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쓰여질 수 있지만(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지상파방송의 상업광고 수입은 주로 종사자들의 성과급으로 쓰여진다는 점에서 질적으로는 더 나쁘다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담배 값과 지상파방송 특히 KBS 광고수입의 공통점은 국가가 주인인 공기업이라는 것이다(물론 KBS는 법적으로 공기업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공기업과 같은 구조다). 한마디로 국가가 공적인 명분으로 상업적 수익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담배 값 인상과 지상파방송 광고의 근본 문제는 이처럼 공적 기구들이 공익을 명분으로 국민들에게 별로 이로울 것이 없는 상업적 수익을 늘리려고 하는 모순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황근 선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