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연구소, 4시간 걸쳐 '라이다'로 독도 지형 파악
   
▲ 독도 상공을 나는 드론 라이다 [사진=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레이저 스캐닝이 가능한 첨단장비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를 탑재한 드론이 '독도의 날'을 이틀 앞둔 23일 독도 상공을 날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이하 연구소)가 보유한 이 드론은 이날 바람이 강했던 탓에 오래 비행하지는 못했지만, 라이다를 활용한 독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설립 50주년을 맞은 연구소는 22∼23일 울릉도와 독도 천연기념물 조사 과정을 공개했다.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 떨어진 독도는 지난 1982년 '해조류 번식지'라는 명칭으로 천연기념물이 됐으며, 문화재청은 1999년 독도에 있는 독특한 생물상과 지형, 지질을 고려해 문화재 명칭을 '독도 천연보호구역'으로 변경했다.

독도는 큰 섬인 동도와 서도, 그 주변을 둘러싼 바위와 암초로 구성됐고, 울릉도보다 먼저 생성됐으며,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화산암이 많은데, 경사가 심하고 풍화와 침식 작용이 활발해 토양은 거의 없다고 알려졌지만, 곳곳에 풀과 나무가 자란다.

연구소 직원들은 지난 22일부터 독도에 머물면서 드론 라이다로 독도 지형을 샅샅이 파악했고, 독도 전체를 조사하는 데 4시간이 걸렸다.

라이다는 근적외선 레이저가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삼차원 정보를 획득하는 장비로, 보통 항공기에 장착해 지도를 만들거나 지형을 탐사하는 데 사용하며, 연구소는 명승과 천연보호구역 보존 관리를 위해 드론 라이다를 도입했다.

오스트리아 리글(RIEGL) 사가 제작했으며, 가격은 3억 5000만원이고 무게는 2.5㎏으로 측정 가능 영역은 250m, 오차는 15㎜ 수준이다.

연구소는 드론 라이다를 활용하는 이유로 사람이 갈 수 없는 곳까지 쉽게 조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꼽았으며, 자연유산 조사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이원호 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엑스레이나 CT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육안으로 하는 조사보다 시간이 덜 걸리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연구소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독도 지형은 고도에 따라 색상이 확연히 구분됐고, 물은 검은색으로 처리됐으며, 확대와 축소는 물론 회전도 가능해 지형을 상세하게 살필 수 있다.

이 연구사는 "데이터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사진 데이터보다 훨씬 정밀하다"며 "나무와 풀 아래에 있는 지반을 그대로 스캐닝하는 작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유산은 일반적인 문화재와 달리 관리하기 어려운데, 데이터를 축적하면 바위가 떨어져 나가거나 토양이 유실된 것도 파악할 수 있다"며 "이제는 문화재 관리에도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대여서, 첨단장비로 문제점을 빨리 알아내면 대응도 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 강정훈 연구관은 "앞으로 독도를 시작으로 명승 113곳과 천연보호구역 11곳에서 라이다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라이다로 얻은 초정밀 데이터는 문화재 지정구역 보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향후 학계에서도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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