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 사업보국 헌신 '살고싶다'는 간청도 무위, 사법부 반기업적 유전중죄 우려된다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사법부의 온정은 없었다. 반기업적 경제민주화 광풍이후 기업인 중형처벌 관행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신장이식 수술이후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업보국(事業報國)의 마지막 기회를 달라는 호소도 마이동풍이었다.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재판부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이회장의 건강이 얼마나 위중했으면 범삼성가가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까지 냈겠는가?

이재현 CJ그룹회장에 대해 항소심(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이 징역3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은 충격적이다. 1심 때보다는 1년이 감형됐지만, 여전히 실형선고는 변하지 않았다. 단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 11월까지 구속집행은 정지시켰다. 횡령피해금액을 전부 배상했는데도 재판부는 중형주의로 일관했다. 징역3년이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았다. 반기업적 경제민주화 광풍이 불기전엔 집유로 풀려나는 게 관행이었다. 더구나 이회장의 건강상태를 감안하면 ‘희망’을 갖기에 충분했다. 항소심은 이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재판부에 싸늘한 냉기만 감돌았다.

이회장에게 법정구속은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도저히 수감생활을 할 수 없는 중환자에게 ‘사지(死地)’로 들어가라고 하는 것은 혹형(酷刑)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법부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그가 위생환경이 열악한 교도소에 재수감될 경우 감염될 우려가 높다. 이는 치명적이다. 지난해 신장이식 수술후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감염을 차단하는 억제제를 투여받고 있다. 수개월전 구속집행정지가 해제돼 일시적으로 재수감됐을 이회장의 생명이 다시금 위독해진 바 있다. 그는 더구나 선천성 희귀병인 근육이 수축되는 샤르코마리투스(CMT)마저 앓고 있다. 복합중증환자인 셈이다.

   
▲ 희귀병과 신장이식 수술 등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이재현CJ회장. 중환자실에서 힘겹게 생을 이어가면서도 사업보국의 끈을 놓치 않고 있는 이런 중환자에게도 실형을 선고해야 하나? 사법부의 온정이 온데간데 없다. 반기업적 경제민주화광풍이 불어닥친 이후 사법부가 유전중죄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계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다.

그는 정상적으로 홀로서기조차 불가능하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중환자복을 입은채 들 것에 실려서 재판을 받아야 했다. 몸무게도 한때 70~80㎏에서 지금은 48㎏으로 급감했다. 지금은 수감생활이 불가능하다.

수감자가 건강이 악화돼 정상적인 수형생활을 할 수 없다면 집행유예등을 통해 병원에서 치료와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는 게 최소한의 사법부 온정일 것이다. 굳이 재벌총수가 아니고, 일반인 수감자라도 사경을 해매는 중환자에게는 선처를 베푸는 게 정의의 여신상이 갖고 있는 또다른 ‘따스한’ 정의일 것이다. 한국의 사법부는 경제민주화 광풍이후 유전중죄의 프레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회장의 경우 구속정지와 집행유예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게 합리적이다. 건강이 위중해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재벌총수로서 도주우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인 재판의 경우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소송과 손배상으로 해결토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인신구속 등 형사처벌 관행은 재계를 위축시키고, 기업가정신도 심각하게 퇴색시킬 뿐이다. 미국 독일 등은 법경제학이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과거 일본식민지 시절의 형사법체계에 갇혀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뒤떨어져 있다. 최근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와 김일중 성균관대 교수등이 법경제학 강의를 본격화하고, 이의 확산에 나서고 있는 정도다. 갈 길이 멀다.

CJ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해온 이회장에겐 아직도 사업보국을 해야 할 일이 태산같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투자와 일자리창출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생활문화그룹으로 도약하기위한 해외 비즈니스도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CJ는 최근 200억원을 투자한 영화 ‘명량’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양시켰다. 영화 음반 공연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와 한식 등 식음료의 한류비즈니스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진행 중이다.

CJ는 이회장의 장기 경영공백으로 자칫 표류위기를 맞고 있다. 이회장이 재판을 받기 시작한 지난해 이후 10여건의 신규투자와 인수합병등이 차질을 빚었다. 이는 9000억원가량 된다. 해외 극장및 영화사업확대와 동부산 영상테마파크, 경기광주 수도권택배허브 구축사업, 홈쇼핑 해외거점 확충, 굴업도 오션파크골프장 건설등이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CJ에겐 하루하루가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그룹투자도 올해 계획한 2조9000억원에서 2조원가량으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 투자를 안하면 그만큼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청년들에게 소중한 일자리 창출도 줄어든다.

박근혜대통령은 요즘 규제혁파를 통해 경제회복, 기업인 기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장시간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통해 규제개혁에 미온적인 장관들을 질타했다. 기업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재계의 투자확대와 일자리창출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사령탑 최경환부총리도 민생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인들과 소통하기위해 자신의 휴대폰을 공개하는 등 핫라인까지 구축했다. 저성장 고착화와 디플레이션징후를 보이는 한국경제는 기업가들의 왕성한 투자의욕이 절실하다. 규제개혁을 통해 투자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사법부도 경제살리기에 동참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이후 여론영합재판, 시류재판의 관행을 끊어야 한다. 기업인, 특히 총수재판의 경우 충격과 공포감을 주는 엄벌, 중벌주의재판으로 일관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사법부도 민생과 경제회복에 기여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사법부가 경제민주화 도그마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와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