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3일 금강산의 남측시설을 철거하라는 깜짝 지시를 내린 다음날 외무성 고문인 김계관은 미국을 향해 ‘연말 시한’을 상기시키며 압박했다.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담판 짓기 위해 벼랑끝 전술을 예고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지시를 하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을 남측과 함께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면서 남북관계가 한층 더 경색될 전망이다. 모처럼 남북대화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남측시설 철거 논의부터 해야 하니 해빙 무드로 연결되기 어렵게 됐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지시는 남북협력이 안되면 금강산관광도 재개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차원도 있어 보이지만 지난해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때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에도 담긴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가 실현되지 않자 불만을 드러낸 조치로 해석된다.

문제는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 지시라는 ‘불똥’이 개성공단으로까지 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에서 남한의 흔적을 지우려하고 있으니 이후 개성공단에서도 남측 시설 철거를 요구하고 독자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북한이 중국 기업을 들여와 개성공단의 직접 운영에도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 최종 담판을 남겨두고 남한을 볼모로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실제로 미국도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AP통신 등 미국언론은 안보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서 북한이 진짜 독자 경영으로 갈 것인지, 관광 재개를 위한 대납 압박을 강화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남측시설 철거 지시는 무엇보다 남북간 경제협력의 청사진을 안고 있는 문재인정부에 치명타를 날린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 공개 연설 때마다 남북경협을 근간으로 하는 평화경제를 수차례 강조해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평양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금강산의 남측 자산에 대한 몰수 조치를 해제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힌 사실이 있다. 따라서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은 남북 정상간 약속도 저버리는 셈이 된다.

현재 북미 간 물밑 대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극단의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을 볼 때 앞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감행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북한은 난 5월 이후 총 11차례 미사일 시험을 감행하면서 도발 명분을 쌓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까지 하면서 향후 SLBM을 ‘도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 상태이다. 

미국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을 내세워 기싸움을 고조시키는 양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22일(현지시간) 헤리티지 재단 주관 행사에 참석해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실패한 전략들에 의지할 수 없다”면서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북미 모두 양 정상간 친분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탄핵 추진과 시리아 철군 후폭풍 등 국내외적으로 악재에 휘말려 돌파구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해법을 놓고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에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압박하고 있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실패할 경우 내년 초 핵실험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