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협상까지 상당한 기간 걸려 당장 농업분야 영향 없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재부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우리나라가 미래 세계무역기구(WTO) 협상부터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flexibility)을 갖고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며, 이처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해 별도 협상권한을 확인하고, 개도국 지위 포기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는 미래 WTO 협상부터 적용되는 것이기에, 새로운 협상이 시작돼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특혜는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이 장기간 중단돼 사실상 폐기상태인데, 협상이 재개돼 타결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장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미래 협상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 1995년 WTO 가입시 개도국임을 주장했지만,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음에 따라, 관세 및 보조금 감축률과 이행 기간 등에서 선진국에 비해 혜택을 누려왔다.

홍 부총리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들도 우리의 개도국 특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경제규모나 위상이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등 다수 국가가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현시점에서 개도국 특혜에 관한 결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에게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또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릴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WTO가 90일 내 이 문제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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