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1차 목표, 금융안정보다 물가안정이어야"
   
▲ 마트 채소코너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최근의 저물가 현상이 공급 측 요인보다 수요 측 요인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 등 현상은 디플레이션이라 단정하긴 어렵다는 것.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이 물가 변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 목표가 상충하는 통화정책의 운용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8일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올해 낮은 물가 상승률에 대해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도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는데, 최근 저물가 현상에 대해 농산물 가격 하락·석유류 가격 안정세 지속 등 공급 측 요인과 정책적 요인이 주로 작용했다고 밝힌 정부 측 설명과는 다른 것이다.
   
또 "올해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모두 하락한 것은 공급 충격보다는 수요 충격이 더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공급 충격이 주도한 경우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반대 방향으로, 수요 충격이 주도한 경우에는 같은 방향으로 변동한다"고 진단했다.

올해 1∼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0.4%)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0%)보다 큰 폭으로 낮아진 데 대해서는, 정부의 복지 정책이나 특정 품목에 의해 주도됐다기보다, 다수 품목에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했다.

다만 지난 9월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 물가 기록 등에 대해선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고 물가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급 측의 주요 단기적 영향이 배제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0%대 중반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어, 일시적인 요인이 사라지면 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아울러 통화 정책이 그동안 물가 변동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통화 정책의 운용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2013년 이후 물가 상승률이 통화정책의 물가안정목표를 지속해서 하회한 점으로 볼 때, 물가 안정이 충분히 달성되지 못했다"며 "한 방향으로 괴리되는 현상이 지속된 점은 통화정책이 물가 변동에 충분히 대응해 수행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017년 이후) 실질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반대 방향으로 조정된 것이 통화정책이 물가와 경기 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며 "근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1% 내외로 정체되고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가계 부채 급증에 대응해 2018년 11월 말에 기준금리를 연 0.25%포인트 인상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융 안정을 명시적으로 삼고 있는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체계는 물가 상승률 하락을 기준금리 인하로 대처하는 것을 제약할 수 있다"며 "물가 안정은 통화정책 이외의 정책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이 물가 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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