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마이너스 성장·자동차생산 정체 '발목'
철강 세이프가드 연쇄 발동 우려…"관건은 美대선"
"직접 수출보다 현지 생산기반 구축해야"
   
▲ 이민철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이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0 철강산업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철강산업이 내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와 건설, 조선 등 후방산업의 경기 침체와 중국 경기침체 등으로 내수·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올해 원자재 가격 급등과 수출 규제, 미중 경제전쟁 등 각종 대내외 악재로 부침을 겪은 철강업계는 내년에도 업황악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는 포스코경영연구원과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2020 철강산업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철강협회 회원사와 국내 철강업체, 수요업체 등이 참석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이날 국내 철강수급과 글로벌 통상규제, 수출시장,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철강산업 등에 대한 내년 전망을 발표했다. 

국내 철강수급 환경은 건설·자동차 경기 침체와 조선의 불안한 회복세가 맞물려 반등이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의 경우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며 자동차 생산은 연간 생산 400만대로 정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가 1%대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미 강관수출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환경 개선도 한계가 예상된다. 2020년 연간 수출량은 올해와 같은 3000만톤 수준에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보는 "국내 철강경기 둔화 배경은 건설업과 제조업의 동반 부진"이라며 "중국 경제성장률 정체에 따른 투자 둔화로 내수·수출 회복이 여려운 가운데 수입재 시장잠식 리스크도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미중 경제전쟁 장기화가 국내 철강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지며 내년 자동차, 건설 등 세계 철강 수요산업을 더욱 위축시키며 국내 철강시장도 부진한 양상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미국의 232조 조치 발동 이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철강 세이프가드가 연쇄 발동해 수출 환경을 옥 죌지도 우려된다. 현재 한국은 중국에 이어 2위 피소국이다. 1995~2018년 기간 전세계 무역구제조치 6613건 중 철강/금속이 2094건으로 최대 분쟁 품목이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내년 철강 수출환경의 관건은 미국 대선"이라며 "철강 통상규제에 정치적 입김이 가해지는지 여부에 따라 철강사들의 수주 실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철강업계는 반덤핑에 제소되기 전 매월 국가별 품목별 수출동향 점검을 강화하고 민간 채널을 통한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수출규제를 받았을 경우 업계는 매년 재심 대응을 통해 덤핑률을 하향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한일 무역전쟁이 국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철스크랩과 전극봉, 특수강제품 등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50~60%에 이르지만 대체가능 공급선이 다수 존재한다. 실제 철강업계는 최근 인도산 제품을 구매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산의 한국 수입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한국산의 일본 수출은 증가하고 있는 등 탈 일본화가 오래 전부터 진행 중이어서 한일 무역전쟁이 지속되도 국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진우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일본은 한국과의 철강 교역에서 15억달러가량 무역수지를 내고 있는 만큼 무리하게 철강산업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철강연맹도 일본 정부의 규제가 한일 철강 교류를 와해시킬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허분쟁 확산 가능성과 원가우위 축소 가능성에 대비해 △프리미엄 제품 확대  △기술 우위를 통한 차별화 △재편/설비 고도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고취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철강업계는 내년 악화될 철강시황에 우려를 앞세우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하반기 들어 시장 자체가 악화되면서 대부분이 자동차 산업을 타겟으로 운영 중인 해외 공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년에도 올해 수준으로 성과를 내겠다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시황이 녹록하지 않을 거 같아 걱정이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산업경기 전반의 회복세를 위해 업계와 정부 모두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남 실장은 "직접 수출보다 현지 생산기반을 구축해야 하고 선진국 시장보다 신남방 시장 다변화를 꾀해야한다"며 "정부는 민관교류와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SG(세이프가드) 대응에 주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