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앱 하나만 남기고 '통합' 가능…보안성 과제는 남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앱)만으로 여러 은행 계좌에서 자금 출금·이체를 할 수 있는 ‘오픈뱅킹(Open Banking)’ 서비스가 오늘부터 시범 가동된다. 사실상 24시간 내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핀테크’ 시대가 한 층 더 가깝게 느껴질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가 이날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금융권에서 오래 준비해온 서비스인 만큼 첫날부터 쉽고, 간단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대체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 사진=신한은행 앱 '쏠(SOL)' 화면. 오픈뱅킹 서비스를 신청한 후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앱을 다운로드 받을 필요는 없다. 기존에 사용하던 은행 앱 중 하나를 골라 타 은행 계좌를 등록시키면 이제부터는 해당 어플 하나만 가지고도 다양한 은행 업무를 24시간동안 처리할 수 있다.

기자는 신한은행의 어플 '쏠(SOL)'에 접속해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도해 봤다. KB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기존 은행은 물론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 계좌도 등록이 무난하게 완료됐다. 약간의 전화 인증 절차가 있었지만 그다지 불편하거나 번거로운 수준은 아니었다.

등록 이후 계좌조회 메뉴에 들어가면 신한은행 계좌뿐 아니라 타행 계좌까지 한 번에 조회가 가능해졌다. 물론 이체도 가능하며, 카드, 증권, 보험, 연금, 부동산, 자동차, 현금영수증 등의 자산을 연결해 하나의 앱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은행 어플의 경우 보통 용량이 100MB 정도 되고 200MB가 넘는 어플도 존재한다. 여러 은행을 사용할 경우 은행 관련 어플만으로도 스마트폰 내에서 상당한 용량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각 은행에 흩어져있는 자산을 여러 개의 어플로 번갈아가며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편리성’이 제고되는 셈이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생존’ 싸움이 시작됐다는 의미가 된다. 고객의 스마트폰에서 타행 계좌들을 묶어주는 ‘허프 어플’로 선택받기 위해 은행들은 오픈뱅킹 시행 초기부터 다양한 경품 이벤트 등을 열어가며 고객 지키기에 나섰다.

이번 시범운영에 참여한 금융기관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NH농협·경남·부산·제주·전북은행 등 10개 은행이다. 아직 시범운영이기 때문에 이체와 거래내역 조회 기능이 가능한 상태지만, 앞으로 은행에 따라 자산관리나 대출처럼 보다 복잡한 서비스도 차례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나머지 8개 은행도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며 토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 138곳은 내달 18일부터 본격적으로 오픈뱅킹에 참여하게 된다. 내년부터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으로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오픈뱅킹 서비스는 모바일 금융의 편리성을 제고시키는 커다란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해킹이 발생할 경우 피해 정도가 전보다 더욱 커지는 만큼 금융회사와 당국 입장에선 보안성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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