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증권사 직원이 중국 기업에서 뒷돈을 받고 이른바 '깡통 어음'을 국내에 유통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증권사와 신용평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2개 신용평가사를 압수수색했다고 30일 오전 밝혔다.

경찰은 지난 7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어음(ABCP) 약 1646억원어치를 국내 증권사들에 판매하면서 CERCG로부터 뒷돈 52만 5000달러(한화 약 6억원)를 받아 나눠 가진 혐의로 한화투자증권 직원 A씨와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 B씨를 입건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바 있다.

현재 A씨는 구속, B씨는 불구속 입건 상태다. 경찰은 당시 양벌규정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행위 금지) 혐의로 A씨와 B씨가 속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었다.

작년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현대차증권 등 국내 6개 증권사에 총 1600억원대 ABCP를 판매했다. 이 ABCP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함께 세운 특수목적회사가 발행한 것으로, CERCG캐피탈이 발행한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담보로 잡았다.

작년 11월 어음 만기가 돌아왔지만 CERCG캐피탈은 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본사인 CERCG가 지급보증을 통해 대신 갚아줘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중국외환국(SAFE)에서 지급보증 승인을 해주지 않아 지급보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어음에 투자한 증권사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처음부터 이 회사채에 SAFE의 지급보증 승인이 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뒷돈을 받고 이를 인수해 유통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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