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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나라'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참사와 통계 마사지
통계 조작은 사회주의 국가 선전·선동술…국민 신뢰 잃으면 치유·회복 불능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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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10-31 14: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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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통계에 대한 불신과 입맛대로 해석하는 행태 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유독 통계에 대한 불신과 함께 말들이 많다. 아무리 비꼬고 티를 덮기 위한 요란한 화장법도 시간이 지나면 본 모습을 보이기 마련인데.  

'비정규직 없는 나라'를 꿈꿔 온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나라'로 추락하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 정부의 '국정과제 1호' 비정규직 제로 성적표가 나왔다. 충격을 넘어 참사다. 지난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받아 든 문 정부의 변명과 덧칠하기가 도를 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정규직은 35만3000명이 줄고, 비정규직은 86만7000명으로 늘었다. 정규직 비율은 67%에서 63.6%로 쪼그라들고, 비정규직은 33%에서 36.4%로 늘었다.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748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역설이다.

비정규직 비중이 36%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와 비중은 2003년 관련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다. 정규직 근로자 수는 130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도 140만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비정규직이 1년 새 87만 명 급증했다. 비상 걸린 집계 기관인 통계청은 담당과장이 설명하던 보도자료를 통계청장이 직접 나서 발표했다. 사실 발표보다 해명을 위한 자리로 보인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비정규직의 급증을 "ILO 기준대로 질문을 바꿨더니 그동안 정규직이던 수십만 명이 비정규직이 된 것"이라고 했다.

   
▲ '비정규직 제로'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 1호'가 참담한 성적을 냈다. 지난 29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1년 새 87만 명 급증했다. 에 대한 정부의 통계 마사지도 도를 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통계청 발표 하루 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작년 조사에선 정규직이었을 사람이 (올해 조사에서는) 비정규직으로 조사된 것"이라면서 "역대 최대라고 하는 건 상당한 과장"이라고 했다. 

비정규직 증가폭과 관련 황 수석은 "통계청이 '35만~50만이라는 숫자가 과대추정된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해 주신 것에 대해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전날 강신욱 통계청장이 질문이 바뀌어 수십만명이 비정규직이 됐다는 언급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90%"라고 보고서를 냈던 강 청장은 당시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 신분이었다.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90%"란 주장을 폈다. 국감에서 실업자는 빼고 분석한 수치라 '통계 마사지'란 거센 비판이 일었다.

이런저런 정부의 핑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30만 명 이상 비정규직이 늘었다. 비정규직 제로를 내건 정부의 야심찬 대통령의 공약과 거꾸로 간 건 통계의 간극을 메우기엔 궁색하다. 그럼에도 사사건건 통계에 집착하는 이 정부의 모습에서 조바심이 읽힌다.

통계의 조작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곧잘 이용하는 선전·선동술이다. 통계에 대한 불신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거의 일상화됐다. 나오는 통계마다 사족이 붙고 해명이 따르고 구차한 변명이 이어진다. 정부의 각종 지표인 통계는 유한한 정권의 치적 홍보가 아니라 실제적인 국민의 생활과 대한민국 현실 좌표다.

통계의 신뢰가 확보되지 않는 정부의 발표는 국민의 믿음을 받을 수 없다. 정권의 이해에 따라 조작된다면 그 폐해는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떠안는다. 현실과 괴리감은 의혹을 낳고 의혹은 갈등을 부추긴다. 대안 없는 갈등은 모두의 실패와 패배로 이어진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랴오닝성 당 서기 시절 "중국 통계는 신뢰할 수 없다. 나는 전력소비량 등 세 가지 통계만 믿는다"고 했다. 조작이 일상화된 통계의 신뢰성에 대한 냉혹한 반성이다. 일자리 참사를 놓고 통계청과 청와대 일자리수석, 각 부처까지 총동원돼 통계 방어에 나선 이 정부가 새겨볼 말이다.

유독 통계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문재인 정부다. 물가통계, 경제성장률 통계, 일자리 통계 등에 따라 붙는 글로벌 환경, 이전 정부, 날씨, 인구 구조 탓은 이제 지겹다. 언제 이 모든 탓들이 좋았던 적이 있었던가. 이런 걸 풀어나가라고 대통령을 뽑고 행정부가 있고 국회가 있는 것이다.

이젠 남 탓이나 변명으로 얼버무릴 때가 아니다. 반환점을 앞둔 문재인 정부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 실험은 출발부터 필패라는 결승점을 향해 달렸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은 자영업자의 붕괴와 비정규직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악수다.

100조 원 가깝게 투입된 세금 일자리가 부메랑이 됐다. 풀 뽑기, 꽁초 줍기, 전등 끄기 일자리가 도덕적 해이를 불렀다. 세금 쏟아 부어 만든 일자리이기에 국민 눈이 무서워 '숫자'에 더욱 목맨다. 숫자놀음에 빠질수록 국민 삶의 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공식물가 상승률을 조작했던 아르헨티나, 재정 적자를 축소 발표했던 그리스, 중앙은행이 앞장서 지표를 조작했다 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건넌 베네수엘라. 통계 조작은 이렇듯 위험천만이다. 숫자 선전·선동이 국민의 삶을 바꾸지는 못한다. 제발 꼼수·해명에 급급해 달을 가르킨 손가락만 보고 정작 달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 안된다. 더 늦기 전에 견월망지(見月忘指)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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