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감독 교체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계약 기간이 끝난 장정석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4일 손혁 SK 투수코치를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장정석 감독의 3년 계약이 끝났으니, 구단은 감독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키움과 장정석 감독의 결별은 상식적이지는 않다.

장정석 감독은 염경엽 전 감독(현 SK 와이번스 감독)의 뒤를 이어 2017 시즌부터 히어로즈 지휘봉을 잡았다. 초보 감독 데뷔 시즌에는 히어로즈가 7위에 그쳤다. 염 감독이 이전 4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것과 비교되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장정석 감독은 2018년 히어로즈를 정규시즌 4위에 올려놓은 뒤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화와 준플레이오프를 잇따라 승리로 이끌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SK와 5차전까지 팽팽한 승부를 벌인 끝에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명승부를 연출했다. 

   
▲ 사진=키움 히어로즈


그리고 올 시즌에는 구단 역대 최다승(86승)을 달성하며 정규시즌 3위에 올려놓았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LG, SK를 내리 물리쳤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한 번도 못 이기고 4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긴 했지만 2차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접전이었고 맥없이 패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지도력만 놓고 보면 장정석 감독은 재계약을 못할 이유가 없었다. 든든한 모기업도 없이 스폰서에 의지해 구단 살림을 꾸려가는 히어로즈는 선수단 지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신예 선수들을 발굴하고 육성시켜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고, 시즌 운영을 잘 해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일궈낸 것은 분명 장 감독의 역량으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장정석 감독이 재계약을 위해 구단과 어떤 조건으로 협상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약 조건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 키움이 장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최근 히어로즈 구단은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논란에 휩싸였다. 장정석 감독은 이장석 전 대표가 사령탑에 앉힌 인물이다. 새로운 구단 체제를 만들어 가려는 현 경영진이 이장석 전 대표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의지를 갖고 새 감독을 원했을 수 있다. 즉, 장정석 감독의 재계약은 염두에 두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 키움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면 어땠을까. 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끈 감독까지 내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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