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은 역시 슈퍼스타에 걸맞은 훌륭한 인성을 갖춘 선수였다. 팀 승리를 이끈 골을 넣은 뒤 자신의 태클로 부상 당한 안드레 고메스(에버턴)를 향해 진심을 담아 사죄 세리머니를 펼쳤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4차전 츠르베나 즈베즈다전에 선발 출전해 2골을 넣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4-0으로 승리했다.

토트넘에게는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으로 향하는 중요한 일전이었지만 이날 경기는 또다른 의미에서 주목 받았다. 손흥민이 지난 3일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전에서 퇴장을 당한 후 사흘만에 열린 경기였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했는데 중심을 잃은 고메스가 세르주 오리에와 충돌하며 발목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사고 직후 손흥민은 자신의 퇴장보다 고메스의 상태를 걱정하며 얼굴을 감싸안고 눈물을 흘리는 등 죄책감에 빠진 모습이었다. 

사실 손흥민이 이날 즈베즈다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가 걱정스러울 정도였는데, 손흥민은 선발 출전해 2골이나 넣는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은 이날 꼭 골을 넣고 싶었던 듯했다. 자신의 마음을 보여줄 골 세리머니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 사진=SPOTV 중계방송 캡처


첫 골을 넣은 후 손흥민은 환호하는 대신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진지한 표정으로 기도하는 포즈를 취했다. 고메스를 위한 세리머니였다. 부상을 입힌 데 대한 미안함, 빠른 회복을 바라는 진심을 담은 세리머니였다.

영국 공영방송 BBC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은 경기 후 팀 승리에 대한 소감과 함께 고메스의 부상과 관련한 심경도 전했다. 그는 "요 며칠 정말 힘든 기간이었다"고 괴로운 심정을 밝히면서 "하지만 제게 좋은 동료들과 팬들이 있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도 깨달았다"며 마음 고생을 하는 동안 격려하고 위로해준 동료들과 팬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손흥민은 "저는 이번 (고메스 부상) 사고에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고메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팀을 위해 계속 집중해야 했다. 그것이 저를 응원해준 분들에 대한 올바른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영국 매체도 손흥민의 감동적인 세리머니에 감탄했다. 데일리미러는 "손흥민은 첫 골을 터뜨린 뒤 카메라 쪽으로 가서 고메즈를 향해 '미안한다'고 말했고, 고메즈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손흥민의 인상적이면서도 따뜻한 인성이 드러났던 세리머니를 훈훈하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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