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자하문로(경복궁역-상명대학교) 구간 상시 운행 버스 노선 계획
종로구민들 "시 정책 찬성하는 전문가만 데려다 놓고 관제 토론해"
   
▲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서울시가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가 열려도 우회하지 않고 상시 운행하는 전용 버스 노선을 신설키로 했다.

시는 7일 시청 대회의에서 개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2차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심 교통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과 함께 도심 전역의 교통 시스템을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으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주변 평균 속도는 시속 15.9㎞다. 서울시 전체 평균인 시속 24㎞를 크게 하회한다. 사대문 내 출발지 또는 목적지가 없는 단순 통과 차량이 사대문 내 전체 통행량의 46.3%(하루 약 92만대)에 달한다. 시는 이들이 차량 정체를 더욱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서울시는 우선 시민 불편을 줄이고자 집회 때도 우회하지 않고 광화문 옆 자하문로(경복궁역-통인시장-경기상고-상명대학교) 구간을 상시 운행하는 전용 버스 노선을 만들기로 했다. 시는 경찰과 협의해 인근 도로의 1개 차로를 확보해 이르면 내년부터 운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집회 시 기존 세종대로 측면에 임시 버스정류장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녹색교통진흥지역 교통량을 광화문광장이 조성될 때까지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차도를 4~6차로로 줄이고, 도심으로 차량을 유입시키는 신호 시간을 최대 20% 줄일 방침이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경우 기존 10차로가 6차로로 감소한다.

서울시는 이 외에도 △순환버스 운영 △버스전용차로 확대 △광화문광장 주변 따릉이·나눔카 2배 확대를 추진한다. 인근 5개동(평창·부암·삼청·청운효자·사직동) 주민을 위해서는 간선·지선버스 확대 등 맞춤형 교통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18일 1차 토론회에 이어 서울시가 두 번째로 마련한 대규모 토론회다. 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교통량 감소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는 전면 보행화를 위해 과감히 교통량을 제한하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백인길 대진대학교 도시부동산공학과 교수는 "6차로에 승용차와 버스를 그대로 집어넣으면 (광장이) 어정쩡해질 수 있다"며 "과감히 승용차를 제외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동익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도 "유모차와 보행자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일부 차량과 주민을 위한 버스를 허용하는 절충안을 택하면 흉물스러운 졸작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오성훈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보행환경연구센터장은 "도로 성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중교통 통과가 가능한 시간을 정하거나 친환경 차량만 통행을 허용하거나 특정 시간대 차량 소통을 막는 방식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민이 쉴 공간, 비를 피할 공간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부 토론자는 교통량 감소 방법으로 혼잡통행료 징수와 율곡로 지하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인근 주민들은 통행량 제한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평창동 주민 이 모 씨는 "광화문 차로가 예전 16차로에서 10차로로 줄어든 이후 주민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며 "광화문을 통해 일터로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행자는 주로 여행객이나 주말 방문자, 시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밥벌이하는 사람을 먼저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한 종로구민은 "오늘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은 주민들과 굉장히 큰 온도 차가 있다"며 "새 광화문광장에 찬성하는 측만 초대해 얘기하는 것은 관제 토론"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합의할 수 없다면 다음 시장에게 (광화문광장 사업을) 넘길 수 있다"며 "의견을 가다듬어서 어정쩡한 절충안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안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12월에도 두 차례 '시민 대토론회'를 열어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이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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