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배우 윤정희(75)가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윤정희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3)의 내한 공연을 담당하는 공연기획사 빈체로에 따르면 윤정희는 최근 딸과 동생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알츠하이머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요리하는 법도 잊어버렸고, 금방 밥을 먹고 나면 다시 밥을 먹자고 할 정도까지 증상이 악화됐다는 것.

백건우는 이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약 10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최근 병세가 심각해져 한국에서 살 곳을 찾아보기도 했으나 윤정희가 너무 알려진 사람이어서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고, 바이올리니스트로 함께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딸(진희씨·43)이 엄마를 돌보고 있다. 파리 근교에 사는 딸이 옆집에 엄마를 모셨다.

   
▲ 사진='더팩트' 제공


10년 전쯤이라면 윤정희가 마지막 작품이었던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2010년 개봉)를 촬영할 때와 비슷한 시기다. '시'에서 윤정희는 중학생 외손자와 함께 살아가며 시를 쓰는 미자 할머니 역으로 열연, 그 해 칸 영화제에 초청됐고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시'에서 윤정희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역을 연기했다.

윤정희는 1960년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배우였다.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최고 인기를 누리며 전성기를 보냈다. 3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 24차례에 걸쳐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윤정희는 파리 유학 중 만난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1976년 전격적으로 결혼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건우와 함께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딸은 "엄마는 요즘도 '오늘 촬영은 몇시야'라고 물을 정도로 배우로 오래 살았던 사람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사람"이라며 "이 병을 알리면서 엄마가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사랑의 편지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지금 엄마에게 그게 정말 필요하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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