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 상상 속에 살던 친구들의 모습"
대림미술관에서 11월 17일까지 전시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스페인 출신 산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하이메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전시가 열리고 있는 대림미술관을 12일 다녀왔다. 

   
▲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전시 전경. /사진=미디어펜


이번 전시에선 디자인, 가구, 회화, 조각, 스케치부터 특별 제작된 대형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각 작품들에 숨겨진 스토리를 통해 세상을 보다 흥미롭고 재미있게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사유와 시선은 독보적이었다.  

평범한 사물들에 숨어 있는 판타지를 발견하고, '오브제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그만의 발칙한 상상력을 토대로 탄생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오브제들이 주인공이 되어 저마다의 7가지 사연을 들려주는 7가지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 하이메 아욘의 엉뚱한 세계를 대변하는 'Green Chicken' /사진=미디어펜

전시의 시작은 하이메 아욘의 세계를 대변하는  'Green Chicken'의 안내로부터 출발한다. 

   
▲ 열대과일을 모티브로 한 크리스털 작품 'Crystal Candy Set' /사진=미디어펜

첫 번째 공간에선 열대과일을 모티브로 한 크리스털 작품 보석들이 열대지방을 방문한 상상력을 토대로 꾸며졌다. 

언뜻 보석처럼 보이는 오브제들은 파인애플, 석류, 골프공과 같이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그린 그만의 개성 있는 드로잉과 크리스털에 세라믹과 같은 이질적 소재가 더해졌다.  

   
▲ 평범한 소재와 서로 다른 물성의 재료가 만나 화려한 크리스털 오브제로 재탄생했다. /사진=미디어펜

이 작업들은 평범한 소재와 서로 다른 물성의 재료가 만나 화려한 크리스털 오브제로 재탄생한 과정을 보여주며 하이메 아욘의 강력한 실험정신이 느껴진다.  

   
▲ 아프리칸도 가족의 사연이 담긴 'Afrikando' 작품 /사진=미디어펜

두 번째 공간에선 아프리칸도 가족의 사연이 담긴 작품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아프리카 장식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컬러풀하고 섬세한 유리로 제작된 작품들은 민속문화와 오래된 수공예 전통 기법이 만나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흥미롭다. 

   
▲ 아프리카 민속문화와 스페인 전통 색채의 혼용이 돋보인다. /사진=미디어펜

아마도 하이메 아욘 역시 아프리카 민속문화와 스페인 전통 색채의 혼용을 즐겨 사용한 스페인의 천재 화가 고(故) 파블로 피카소에게 많은 영감을 받은 듯하다. 

   
▲ 트라팔가르 해전의 사연 'The Tournament' 1 /사진=미디어펜

세 번째 공간에선 세계 3대 해전으로 꼽히는 '트라팔가르 해전'의 사연이 담겼다.

전시 공간 전체가 흑백의 체스보드와 비현실적인 스케일의 체스 말 피규어로 채워졌다.   

   
▲ 트라팔가르 해전의 사연 'The Tournament' 2 /사진=미디어펜

하이메 아욘은 당시 치밀한 전투 전략이 해전의 승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에서 착안해 체스 게임으로 전투를 묘사했다고 전한다. 

   
▲ 하이메 아욘의 꿈속 이야기를 표현한 회화 작품. /사진=미디어펜

네 번째 공간에는 작가의 꿈속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 하이메의 접시 페인팅 작품들. /사진=미디어펜

압도적 스케일의 회화와 접시 페인팅 작품들의 전시로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하이메 아욘의 노력이 느껴진다. 

   
▲ 16세기 유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사진=미디어펜

다섯 번째 공간에 들어서면 16세기 유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70여점이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빼곡히 들어서 있다. 

   
▲ 하이메 아욘의 'Cabinet of Wonders' 작품들. /사진=미디어펜

원형의 전시 구성은 망원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던 어렸을 적 기억을 상기시켰고, 현미경을 통해 무언가를 탐구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어 작품 몰입도를 높여줬다. 

   
▲ '가구가 반짝이는 푸름 밤' 섹션에 전시돼 있는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가구. /사진=미디어펜

이어진 여섯 번째 공간인 '가구가 반짝이는 푸름 밤'에서는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가구들이 전시돼 있다.  

   
▲ 밤하늘을 상징하는 푸른 배경. /사진=미디어펜

밤하늘을 상징하는 푸른 배경 속에서 새하얀 가구들은 극적 대비를 이루며 '디자인이란 사용자의 감성을 건드리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작업 철학을 대변하는 듯했다. 

   
▲ 하이메의 스케치북 안에 살고 있던 상상 속 캐릭터들을 활용해 설치한 조형물. /사진=미디어펜

마지막 공간에는 하이메의 스케치북 안에 살고 있던 상상 속 캐릭터들을 활용해 설치한 조형물이 있다. 

   
▲ 빛과 그림자를 통해 생명을 얻은 그의 캐릭터 모습. /사진=미디어펜

대형 오브제를 관통하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생명을 얻은 그의 캐릭터들은 관람객에게 한 편의 그림자 연극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 하이메 아욘 상상 속 자화상. /사진=미디어펜

하이메 아욘의 전시는 그의 의도대로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한 역동적 생동감을 내포하면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건넸고 어릴 적 순수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 하이메 아욘의 전시는 어릴 적 순수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사진=미디어펜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의 상상 속 친구들 또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이메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전시는 대림미술관에서 오는 11월 17일까지 관람 가능하다.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