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거쳤다면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하지 않기로
   
▲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사진=공정위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일감 몰아주기 등 직접 거래뿐 아니라 간접 거래를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도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로 제재를 받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 행위 심사지침' 제정안을 27일까지 행정 예고했다.

공정위는 13일 이 지침은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편법·불법 지원을 막기 위해 지난 2016년 제정된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정 가이드라인'을 대체하는 지침으로, 더 구체적인 사익 편취 기준과 예시를 담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새 지침은 '특수관계인(총수 동일인 및 친족)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회사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 기회 제공, 합리적 고려·비교 없는 상당 규모 거래 등을 통해 부당 이익을 귀속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공정거래법(제23조 2) 규정을 한층 강화했다.

효성 사익편취 사건 등과 관련된 최근 심결례, 판례 등을 바탕으로 '이익 제공 행위'가 제공 주체와 객체 사이 직접 거래뿐 아니라, 간접 거래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이 명시됐다.

부당 지원 금지 대상 계열사인 '특수관계인 회사'는 특수관계인이 상장회사의 경우 30%, 비상장의 경우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규정됐다.

법상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서 판단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에 대한 기준도 좀 더 명확해져, 자산·상품·용역 거래의 정상가격 산정기준을 ▲ 해당 거래와 동일 사례에서 특수 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者) 사이 거래 가격 ▲ 유사 사례에서 거래조건 등의 차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한 가격 등으로 제시했다.

다만 거래 조건(가격 등) 차이가 7% 미만이고, 연간 거래총액이 50억원(상품·용역은 200억원) 미만인 거래는 부당 지원 관련 심사를 면제해준다.

'합리적 고려·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문에서의 '합리적 고려·비교'의 세부 기준도 ▲ 시장조사 등을 통한 시장참여자 정보 수집 ▲ 주요 시장참여자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는 등 거래조건 비교 ▲ 합리적 사유에 따른 거래상대방 선정 등으로 분명하게 했다.

실질적 경쟁입찰을 거치면 합리적 고려·비교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 총수 일가 부당 이익 지원 행위로 보지 않겠다는 것.

합리적 고려·비교가 필요 없는, 예외 사유에 대한 구체적 사례도 담겼다.

최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조치가 '경기 급변 등 회사 외적 요인에 따른 긴급한 사업상의 필요'의 예시로 명시됐다.

부당 지원 심사의 예외 사안으로 인정받을 때 필요한 요소인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의 의미도, 경쟁입찰 등의 절차 자체가 비효율을 유발할 만큼 '특수관계인 회사'와의 거래 효과가 명백한 경우만 효율성이 인정되고, 보안성의 경우도 보안장치로 정보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까지 면밀히 따지기로 했다.

아울러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판례를 반영, '부당한 이익 귀속이 입증되면, 공정거래 저해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심사지침 제정으로 경쟁입찰 등 합리적 고려·비교로 인정받는 절차를 제시했다"며 "일감 개방 문화가 확산, 경쟁력을 갖춘 중소·독립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계의 우려와 반발에 대해서는 "당초 안은 정상가격 산정 방식을 공정위가 5가지 가운데 임의로 선택할 수 있게 했으나, 최종 제정안은 판례에 따르도록 하는 등 재계의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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