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00만원 상당 컨설팅 비용 지급, 국내 외식 및 호텔업계 타격도 불가피
   
▲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그랜드불룸에서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9' 미디어컨퍼런스 행사에서 스타 쉐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쉐린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미식업계 바이블로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가 서울판을 발간한지 4년만에 '뒷거래' 의혹으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미쉐린 측은 오는 1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발간행사를 진행한다. 

13일 KBS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쉐린은 2016년 11월 한국에서 최초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 발간을 준비하는 동안 일부 식당들이 미쉐린 가이드 측 현지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 인사와 연간 5000만원 상당의 컨설팅 비용과 항공료·숙박비 등을 부담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사전에 미쉐린 가이드의 한국판 발간 사실을 입수, 익명의 평가원(인스펙터)의 방문 사실 등도 공유받으면서 평가 준비를 해왔다. 서울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과 광주요그룹의 '가온'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가장 상위 등급인 별 셋을 받았다. 해당 업장들이 현지 코디네이터로부터 컨설팅 비용을 지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같은 미쉐린 가이드의 뒷거래는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윤경숙 '윤가명가'대표에 의해 폭로됐다. 

윤 대표는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국인 어니스트 싱어로부터 식당 개점 제의를 받았다"라며 "싱어로부터 미쉐린 가이드의 한국판 출간 계획과 정부와의 협상 내용, 평가원들의 한국 방문 일정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표는 계약서 체결 후 미쉐린 가이드 평가 공정성 문제를 우려해 계약금 납부를 거부, 계약이 자동 취소됐다. 이후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에서 윤 대표의 식당은 어떠한 평가 등급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미쉐린 가이드 측은 "미쉐린 가이드는 어떠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스타 레스토랑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출범 4년 만에 뒷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식 및 호텔업계에 미치는 악영향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국내 호텔들은 미쉐린 가이드 2020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스타 셰프 및 스타 레스토랑을 입점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더 플라자호텔은 신창호 셰프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인 '주옥'을 입점시켰고 1스타를 받은 스와니예의 이준 셰프와 함께 '디어와일드'라는 레스토랑도 오픈했다. 서울 반얀트리 호텔도 스타 셰프인 강민구 셰프와 함께 '페스타바이민구'를 오픈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신뢰도 논란은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심사과정이 불투명하고 현지 평가단이 서울의 모든 레스토랑을 경험하고 평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그 자체로도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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