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국면에서 또 다시 보수 진영 물들이는 '공학' 논리
승리해도 내부 사분오열, 패배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져
[미디어펜=편집국]바른미래당내 유승민+안철수계 모임인 '변혁'과 보수통합을 이루려고 애쓰는 자유한국당은 과연 정치 철학이나 정당 정의라는 측면에서 정당할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정치를 '철학'이 아닌 '공학'의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이라는 회의론이다.

'정치에 대한 이념이나 정책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하는 단체'가 정당의 사전적 이미라는 것을 굳이 되새기지 않더라도, 특히 선거 때만 되면 '정당'의 기본 개념이 무너지는 것을 사람들은 너무 흔하게 보게 된다.

선거라는 제도 자체가 정치를 철학보다는 공학의 개념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장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승리'라든지, '당선'이라는 대의명분만이 존재하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에서의 선거이다보니 각 정당들은 그런 정치의 공학적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철학'을 뒷편으로 살짝 밀어놓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철학이 부재한 정치는 선거에서 승리를 할 수는 있는 지 몰라도 지지자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소유하지 못한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공학을 중시한 물리적 결합에 균열이 생겨 정당 내에서 사분오열하고, 선거에서 패배하면 역사의 뒷곁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 자유한국당이 서두르고 있는 보수 통합 논의는 정당 정치의 철학적 기본에서는 반드시 옳은 방향이라고 보기만은 어려움도 있다. / 사진=자유한국당

현재 자유한국당이 주도하고 있는 보수통합론에 입각한 자유한국당과 변혁의 통합 논의도 '철학'은 부재하고 '공학'만 드러나는 정치 놀이라는 인상이 짙다.

정치적 성향이 큰 틀에서는 '보수'라는 측면에서 자유한국당과 '변혁'은 '동색'일 수 있다. '변혁' 중 상당수의 의원들은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한 집안으로 20대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다. 현 문재인 정부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는 정치 철학이든 이념이든 반대지점에 대척하고 있다는 것도 공통의 사실이다. 그러니 그들은 '보수'라는 큰 틀의 이념 울타리 속에 함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정치 철학의 측면에서 보면 과연 같은 사람들일지에 의문이 든다. 각 개인을 일일이 보지 않더라도 변혁의 대표격인 유승민을 봤을 때, 그가 과연 자유한국당이 지고지순의 가치로 가지고 있는 '시장경제'를 가슴에 새기고 있는 사람일까?

그는 이미 자신이 자유한국당과 한 몸이던 시절부터 경제민주화라는 명분으로 시장경제의 일부분을 포기 또는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것이 '합리적인 보수주의' 또는 '미래지향적인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는 했지만, 경제 문제의 상당부분을 시장이 아닌 국가가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문제도, 단지 정치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적어도 대한민국 상황에서는 보수 진영에서 어떤 식으로든 풀어야 할 '짐'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그냥 아무 말없이 건널 수 있는 강'은 분명 아니다.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보수'는 탄핵이 진실과 정의의 문제라는 점에서 한 발짝의 양보도 없다. 그런데 탄핵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보수'는 그저 묻고 지나가자하니, 이 두 '보수'가 무슨 수로 정치적인 이념을 같이 할 수 있겠는가?

총선 준비가 본격화된 상황에서도 민주당에서는 '통합'이라는 말이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입당을 희망하는 무소속 의원에게도 손사래를 치고 있고,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대안신당, 그리고 민주평화당으로 세 동강난 호남 정치세력에 대해서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당내의 친문과 비문의 어우러짐에 힘을 기울이는 등 총선이라는 공학적인 정치에 있어서 '정당'의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 내지는 답보 상태에서 그들 또한 정치를 공학의 측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테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자유한국당과 변혁이 보이는 정치 이념과 정의를 미뤄놓은 '통합병'을 앓고 있지는 않다.

정치에 공학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철학이 부재된 채 공학만을 너무 강조하고 거기에 몰입하다 보면, 결국 정치 또한 '공장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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