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답답한 흐름 속 레바논과 비겼다. 조 1위를 지키긴 했지만 불안감이 이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4차전 레바논과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2승2무, 승점 8이 됐다. 레바논이 2승1무1패, 승점 7점으로 이날 투르크메니스탄에 1-3으로 패한 북한(2승1무1패)과 승점 7점으로 동률이 됐다. 골득실에서 앞선 레바논이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조 1위를 유지한 가운데 레바논, 북한과는 승점 1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추격에 시달리게 됐다.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가 극심해짐에 따라 이날 경기는 선수단의 안전을 위해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우려했던 대로 잔디 상태는 엉망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이런저런 점을 고려해 경기 전날에야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상당히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치른 원정경기였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레바논을 상대했다. 황의조를 최전방에 두고 손흥민, 남태희, 이재성이 2선에서 공격에 가담했다. 정우영과 황인범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포백은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이용으로 구성됐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경기 초반 한국이 좌우 측면을 돌파해 크로스로 공격을 풀어갔다. 이재성이 날카로운 슈팅으로 포문을 열자 레바논도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응수했다.

한국이 서서히 주도권을 잡으며 많은 슛을 시도했다. 전반 13분 왼쪽 크로스에 이은 손흥민의 헤딩슛, 20분 황인범의 슛은 모두 빗나갔다. 

패스 전개가 원활하지 않아 한동안 이렇다할 찬스를 못잡던 한국은 전반 34분 황의조가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이겨내고 기회를 잡는가 했지만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지 않았고, 이어진 남태희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갔다.

무득점으로 전반을 마치자 벤투 감독은 후반 공격적인 선수 교체를 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황인범 대신 황희찬을 투입했고 후반 17분에는 남태희를 김신욱으로 교체했다. 돌파력이 좋은 황희찬과 장신의 김신욱이 들어가면서 한국의 공격 루트는 좀더 다양해졌다.

공세를 강화한 한국은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골키퍼와 맞서는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각도를 좁히며 달려나온 골키퍼에게 걸렸다. 후반 21분에는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올려준 프리킥을 황의조가 머리로 방향을 바꾼 것이 골대를 때리는 결정적인 아쉬운 장면도 나왔다.

한국이 공격 라인을 끌어올리자 레바논은 간간이 역습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레바논이 두 차례 좋은 슛 기회를 만들었지만 골대를 벗어나거나 김승규의 선방에 막혔다.

초조한 시간이 흘러가자 한국 선수들은 서두르는 플레이를 하며 정확성이 떨어졌고 슛으로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후반 34분 이재성을 빼고 이강인을 투입하는 마지막 교체카드까지 빼들었다. 그러나 막판으로 향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발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끝내 레바논의 골문을 열지 못한 채 무득점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원정에서 승점 1을 얻긴 했지만 한국에는 불만족스러운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