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보호위반·성차별·괴롭힘…직접 통제 어려운 위법행위까지 갈수록 늘어
법정근로시간(주52시간)과 임산부 보호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금로기준법). 산업재해 현장 훼손 땐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산업안전보건법). 회계법인 소속 공인중계사가 감사보고서 기재 사항을 누락한 경우엔 10년 이하 징역 또는 위반 행위액 2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주식회사 등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순간 2205개의 형사처벌 조항이 기다리고 있다. 종업원의 연장근로나 임산부 보호위반, 성차별, 괴롭힘 등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위법행위까지 CEO를 엮여서 처벌한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CEO는 하루하루를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 관련 법령 285개를 전수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조금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형사처벌 항목 2657개 가운데 기업과 기업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2205(83%)개에 달했다. '양벌규정'이란 종업원의 법 위반행위를 법인 뿐 아니라 사용주까지 함께 처벌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일단 CEO가 되면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처벌 수위도 높아서 징역 또는 벌금형이 2288(86%)개다. 사용주의 관리 책임을 묻는 취지라지만 현실적으로 파악하거나 통제 불가능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면치 못한다. 지나치게 가혹하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아내나 딸이 한 일도 모른다고 발뺌한다. 현 정부 고위공직자의 다수는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에 비하면 CEO들은 자신은 물론 가족 비리가 들춰지면 먼지 털듯 탈탈 털린다.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가 판친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아내나 딸이 한 일도 모른다고 발뺌한다. 현 정부 고위공직자의 다수는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에 비하면 CEO들은 자신은 물론 가족 비리가 들춰지면 먼지 털듯 탈탈 털린다.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가 판친다.  
 
유독 기업인들에게만 엄혹하다. 1999년 형사처벌 항목 수는 1868개(법률당 평균 6.55개)였다. 올해 10월 기준 2657개(법률당 평균 9.32개)로 약 42% 증가했다. 20년 전과 비교해 처벌의 종류와 수위도 높아졌다. 20년 전 평균 징역 2.77년과 벌금 3524만원이었다. 올해 기준은 징역 3년, 벌금 5230만원으로 각각 8.3%, 48.4%씩 높아졌다.

"CEO가 되는 순간 수천 가지 형사처벌 조항에 갇히면서 예비 범법자가 되는 셈"이라는 하소연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글로벌 환경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대기업 CEO의 경우 상당 시간을 해외에서 보낸다. 일일이 피고용인들을 살핀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반기업 성향을 보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CEO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옥상 옥의 규제가 양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다. 가해자는 형사처벌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CEO만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CEO의 책임을 강화했다. 하도급 업체 직원이 안전사고로 사망할 경우 원청업체 대표가 '안전관리 소홀'로 최대 7년 이하 징역형을 받도록 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도 걱정이다. 취급 시설 적합 판정을 받지 않고 운영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영세기업이 많은 도금업계는 벌써부터 공장 문 닫을 걱정부터 한다.

기업인들에게 도전이 아니라 사고 터지지 않게 감시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CEO에 대한 지나친 처벌 조항은 국내 투자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국내 투자 보따리가 외국으로 나간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도 '한국의 기업 환경과 규제가 세계 최악'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기업 올가미 씌우기는 멈추지 않는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 하려한다.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려는 정권의 시도가 도를 넘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져 달라고 맡긴 것이지, 기업의 목을 죄라고 준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의 경제현장 방문을 자화자찬하고 있다. 대통령은 삼성을 찾아 "우리 삼성" 현대차에 가서는 "현대차에 박수"라며 입발린 소리를 하고 돌아서서는 뒤통수를 갈긴다. 적폐 청산을 빌미로 권력 압박에 휘둘린 피해 기업을 공범인 양 다루며 국제적 망신과 함께 족쇄를 채웠다. 

차고 넘치는 규제도 모자라 오로지 기업 옥죄기 악법만 양산하고 있다. 이래서는 경제가 살아 날 수 없다. 세금 퍼붓는 노인일자리를 늘려놓고 자랑질이나 하는 정부다. 기업인은 호구가 아니다.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도 늘고 소득도 올라가고 나라 살림살이도 펴진다. 기업이 잘돼야 나라도 잘되고 기업이 망하면 나라도 망한다. 반기업정서부터 걷어내야 한다. 죄 없는 기업은 놔두고 제발 정치나 제대로 하길 바란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