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P 제철소 순적자 2천억…출자 지원에도 불확실성 공존
중국법인 부채총액 1315억…"현지 투자자 물색 중"
건설시황 위축에…주력 제품 봉형강 매출·생산 ↓
   
▲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지난 7월 5일 창립 6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동국제강이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철강 사업 재무융통성 확보를 위해선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들이 공급 과잉과 환율 등 외부 요인으로 여전히 실적이 불안정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선 건설 시장 시황에 막히며 주력 제품 생산 실적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철강 업황 부진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해야만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17일 동국제강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은 1조4304억원, 영업이익은 567억원을 기록하며 18분기 연속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 

다만 브라질 CSP 제철소를 비롯한 계열사의 실적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60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불거졌다. 

동국제강이 30%, 브라질 철강사 발레가 50%, 포스코가 20% 투자한 합작법인인 CSP 제철소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98억원을 내며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슬래브(철강 반제품) 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69만6000톤으로 줄어든 데다 가격까지 전분기 대비 20% 하락하며 손실을 냈다. CSP 제철소는 올해 3분기 영업적자와 함께 브라질 헤알화 약세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등으로 2000억원 이상의 순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브라질 헤알화 약세에 따른 부분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CSP 제철소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자아낼 만 하다"고 말했다.

   
▲ 브라질 CSP 제철소는 슬래브 판매량 감소와 가격 하락 등으로 올해 3분기 60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진=메리츠종금증권 제공

동국제강 회계는 당분간 CSP 제철소 재무상황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CSP 제철소는 동국제강의 관계기업이다. 관계기업으로 분류되면 자회사 순이익이 지분법 손익에 반영된다. 올해 3분기 누적 동국제강 지분법 손실은 544억원으로 CSP 제철소가 54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동국제강은 올해 3분기 브라질 CSP 제철소에 4500만달러(약 525억원)를 출자해 지원하는 등 재무적 부담을 이어갔지만 향후 추가 지원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고 후판, 열연코일 등 이어지는 산업들의 경기가 좋지 않아 슬래브 시장 불황이다"며 "흑자 전환을 좌우할 헤알화는 동국제강의 영향권 밖에 있는 외생변수인 데다 고로를 멈추기도 힘들어 활로를 찾기 전 지원 부담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법인의 경우 8년째 계속된 적자에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부채총액은 1315억원, 자본금은 마이너스(-) 61억원이다. 중국 시장에서 철강제품의 과잉 공급이 이어지는 데 이어 중국법인이 취급하는 컬러강판은 주로 공장, 농가 등에서 쓰여 수익성이 낮은 탓이다. 중국법인은 3분기 75억원의 순손실을 내 올해도 흑자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올해 3분기 동국제강 철강 제품 전제 매출의 41%를 차지하는 철근 등 봉형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보다 15만8889톤, 매출은 547억원 줄었다. 

봉형강의 경우 건설 시황 부진에 따라 수요가 줄어들고 국내 철근 가격마저 내리막을 걷고 있다. 9월 기준 철근 재고량은 49만13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3.2% 증가하며 과잉제고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철근 가격은 올해 7월 톤당 69만7000원에서 지난달 말 61만원대로 줄었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대체재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입산 철근 가격도 약세를 보이며 철근 제품 판매를 건설 시장에 100% 의존 중인 동국제강을 위축시키고 있다.  

동국제강은 내년 철강부문에 639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고부가 가치 제품과 설비 효율성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건설시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인천공장 철근 생산라인 조정을 통해 감산을 단행할 것"이라며 "내년 대규모 설비 추가 계획은 없고 기존 설비 효율화에 투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법인은 정리보단 최대한 현지 투자자를 찾기 위해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4분기에는 컬러강판 럭스틸 등과 같은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 등 수익성 위주의 영업활동을 강행해 수익성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